방제일기자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아르바이트를 한 9급 공무원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3일 대구지법은 4000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고 지정된 장소에서 피해자들을 만나 현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해 7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현금 1587만원을 수거하라"는 지시를 받고 지정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만나 현금을 받는 등 3차례에 걸쳐 4000만의 현금을 건네받은 혐의다. 그는 "부동산 관련 아르바이트 업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라며 "금융감독원 직원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을 기망한 사실이 없고 이 행동이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9급 공무원으로 생활하다 육아휴직에 들어간 A씨는 구인·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넣어 문제의 업체에 입사했다. 면접은 없었지만, 통상적인 내용이 담긴 근로계약서에 전자서명을 했고 업체로부터 '세금을 줄이기 위해 매매대금을 현금으로 받는 것이다', '돈을 받아 지정된 장소에 옮겨다 주면 건당 10~20만원을 수당으로 주겠다'며 A씨를 꼬드긴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혼인하면서 전업주부로 살다가 뒤늦게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피고인은 연령보다 사회 경험이 부족하다"며 "공무원직을 상실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소간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CCTV를 보면 피고인은 공공장소에서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령할 때 본인의 차량으로 직접 운전해 이동했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신원을 숨기려고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들에게 금융기관 직원 행세를 한 사실도 없고 피고인도 보이스피싱 범행을 위한 도구로 이용됐다고 보인다"고 했다.
공무원은 법률에 따라 정년까지 보장되는 등 철저한 신분보장이 돼 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3년 이내로 육아휴직이 보장돼 있으며 국가·지방공무원법, 국가·지방공무원 복무규정 등에 겸직 금지와 영리업무 금지 규정이 있다. 공무원 또는 공공단체의 임직원 등이 본직의 업무에 충실하고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두는 규정이다. 다만 법률에 명시된 '소속 기관장의 허가'가 있는 경우 영리활동이 가능하다.
지난해 7월께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실이 각 정부 부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겸직하는 공무원들은 2018년 8909명에서 2021년 1만890명으로 1만 명을 돌파했다. 2021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5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공무원이 무허가 겸직을 하다 적발된 사례도 2019년 30건, 2020년 73건, 2021년 75건, 2022년 119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겸직하는 공무원이 늘면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공무원 겸직 허가에 대해 문의하거나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4대 보험 가입과 관련 없는 일이라면 주변에서 누가 신고하지 않는 이상 적발될 위험은 없다"는 공무원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