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주기자
금융감독원이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결정한 고려아연에 대해 부정 거래 여부를 교차 검증하고 있다. 지난 1일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KB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도 진행 중이다. 두 증권사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주관사이자 유상증자 공동 모집 주선인이다.
4일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KB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모집 주선인"이라며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신고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고려아연의 입장문에서 논리적 일관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 검사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감원이 고려아연의 부정거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교차 검증에 들어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2일부터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그런데 30일 발행주식의 20% 규모를 신규로 발행해 2조5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쟁점은 공개매수에 나서기 전 유상증자 계획을 사전에 결정했느냐이다. 고려아연이 지난 4일 공시한 공개매수 설명서를 보면 '공개매수의 목적 및 장래 계획'에는 유상증자 계획이 없다.
금감원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간(10월 2~23일)과 유상증자를 위한 기업 실사 기간(10월 14~29일)이 일부 겹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겠다는 계획(공개매수)과 유상증자로 차입금을 갚겠다는 계획을 모두 알고 있는 채로 절차를 진행했다면 부정 거래로 볼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논리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이 지난 1일 브리핑에서 "고려아연 이사회가 차입을 통해 자사주를 취득해서 소각하겠다는 계획, 그 후 유상증자로 상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모두 알고 해당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면 기존 공개 매수 신고서에는 중대한 사항이 빠진 것이고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실사 보고서에 14일부터라고 기재한 것은 자사주 공개매수에 따른 차입금 처리와 관련해 저금리의 부채 조달을 위해 증권사와 했던 회사채·CP(기업어음) 등 부채 조달 방안을 검토한 것을 잘못 표기했다"고 해명했다. 즉 단순 착오일 뿐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공개매수 주관사이자 유상증자 대표 모집인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현장 검사를 통해 고려아연의 논리적 근거를 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려아연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주관사인 증권사에 대한 현장 검사가 필요하다"며 "증권사도 부정거래를 방조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논란과 관련해 모든 권한을 활용해 들여다보고 있다. 부정 거래 여부는 금융투자검사국과 조사국이 담당하고 있다. 심각한 부정 거래를 확인하면 수사기관에 바로 이첩할 계획이다.
공시심사실은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기재 내용을 검토 중이다. 오는 14일까지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할 수 있지만, 이르면 이번 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회계감리팀은 회계 심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