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도 '아빠 육아휴직' 안써…사용률 단 2%

한은 男직원, 2.3%만 육아휴직
5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공무원 수준도 따라가기 벅차"

정부가 육아휴직 급여를 내년부터 월 최대 250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육아휴직 사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의 아빠 육아휴직 사용률은 2%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연도별·성별 육아휴직 이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육아휴직 대상자인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한은 직원 수는 남성이 301명, 여성이 210명이었지만 실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인원은 각각 7명, 73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남성은 2.3%, 여성은 34.8%만 육아휴직을 신청한 것으로, 특히 남성 직원은 100명 중 약 2명만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의미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낮다. 지난 9월 말 기준 육아휴직 직원 80명 중 남성은 7명, 여성은 73명으로 각각 약 9%, 91%를 차지했다. 사실상 육아휴직의 대부분은 여성 직원이 사용한 것이다.

한은 여성 직원의 육아휴직 신청은 매해 늘고 있다. 2019년 여성 직원의 육아휴직 신청 비율은 19%에 그쳤지만 2022년 31.2%, 2023년 36.6%까지 올랐다. 여성 육아휴직 직원 수는 2019년 30명에서 2022년 58명, 2023년 74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신청은 5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9년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신청 비율은 2.5%였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인 2021년 3.8%, 2022년 3.2%로 늘어나는 듯했지만 2023년 다시 1.6%로 떨어졌다. 남성 육아휴직 직원 수도 2019년 9명에서 2021년(13명), 2022년(10명) 잠시 두 자릿수를 기록한 뒤 2023년 5명으로 줄었다.

우리나라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육아휴직에 들어간 남성은 5만4240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0년(1967명)보다 27.6배 늘었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율은 2010년 2.7%에서 2022년 27.1%로 10배가량 급증했다.

앞서 한은은 연구를 통해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면 출산율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초저출산 및 초고령화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 심층연구를 통해 육아휴직 실이용기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일 경우 출산율이 약 0.096명 오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실제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0년 기준 출생아 100명당 여성 48명, 남성 14.1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OECD 23개국의 육아휴직 평균 사용률은 여성이 108.3명, 남성이 50명이다.

육아휴직 사용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는 인력 공백 우려가 꼽힌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이유로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이 1순위(42.6%),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가 2순위(24.2%),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가 3순위(20.4%)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은 인사고과나 승진에서의 불이익과 소득 감소 등이 육아휴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의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 격차와 차별'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경험한 남성 노동자 17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5.1%(복수응답)는 '인사고과,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우려'로, 80.6%는 '휴직기간 중 소득 감소'로 인해 육아휴직 사용이 어렵다고 답했다.

한은 관계자는 "부모 둘 중 한 명이 같이 쉬면 경제적 이유로 소득을 보전하기 쉽지 않아서 두 명 다 육아휴직을 쓰기 어렵다"며 "또 공무원은 육아휴직 시 경력 측면에서 불리하지 않지만 한은은 아직 승진 측면에서 불리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혁신처나 권익위원회에서 제시하는 공무원 육아휴직 수준도 따라가기 벅찬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제금융부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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