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서울의 한 고깃집에 40명이 방문하겠다고 예약한 뒤 아무 연락 없이 방문하지 않는 '노쇼(no-show·예약 부도)'를 해 지탄을 받은 강원 정선군청이 피해 식당 업주에게 사과하고 합의했다.
지난달 31일 정선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정선군청 공무원 고깃집 40인분 노쇼에 대한 답변'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정선군청 워크숍 관계자라고 밝힌 글 작성자 A씨는 '고깃집 40인분 노쇼' 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워크숍 일정 전반을 위탁한 컨설팅 업체의 실수로 예약 취소가 누락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군청 건설 분야 공무원 27명은 지난달 28~29일 서울에서 1박2일 워크숍을 진행했다. 군청 측은 강사 섭외, 숙소, 이동 등은 교육 컨설팅 업체를 선정해 위탁했는데, 노쇼 피해가 발생한 고깃집은 컨설팅 업체에서 약 20일 전 임의로 선정한 몇 개의 음식점 중 하나였다.
A씨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저희 워크숍 공무원들의 저녁 식사 비용은 자비로 충당되므로 (식사할 곳을) 모처의 ○○음식점으로 정했다고 업체에 전달했다"며 "이후 군청 당직실로부터 '고깃집 예약 노쇼' 민원 발생을 전달받은 후, 경위를 확인한 결과 컨설팅 업체의 실수로 예약 취소가 누락된 것이 발단이었다"고 밝혔다.
A씨는 "예약자명이 '정선군청 공무원'으로 명기되었다는 것은 예약 신청 주체가 누구냐를 떠나서, 공공기관과 그 소속 구성원들은 신뢰성 등으로부터 무한 책임이 부여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고자 중재하는 과정에서 금액 등 서로 간 이견이 존재했으나, 최종적으로 교육 컨설팅 업체에서 모든 실수 등을 인정했다"면서 "해당 고깃집 주인분과 10월 30일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당초 A씨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본 사안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도 그러할 것"이라며 "일각에서 사실과 상이하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횡행하고 있고, 이를 확대 재생산해 언급하는 행위들은 가급적 자제해달라"고 적었다가 해당 내용은 삭제했다.
이번 노쇼 논란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가 지난달 28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피해를 호소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B씨는 "공무원 40명 단체 예약을 받고 준비했는데, 예약 당일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예약자에게) 전화를 걸자 '기억이 안 난다'고 발뺌하더라. 예약 당시 통화한 녹음 파일을 들려줬더니 그제야 '죄송하다. 내가 왜 이렇게 확정을 잡았지'라며 사과하더라"라면서 "저희 가게는 거의 예약으로 오기에, 오늘 하루 장사를 망했다. 공무원들이고 항상 예약하고 오시기 때문에 굳이 확인 전화를 안 했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억울해했다. 이 예약자는 컨설팅 업체 직원으로 알려졌다.
B씨는 피해 보상을 위해 정선군청에도 연락했으나 보상이 어렵다는 취지의 답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공분은 더욱 커졌다. 이후 군청 홈페이지 등에 누리꾼들의 비난이 폭주하자 군청 측은 대처가 미흡했다고 인정하며 "업주가 원하는 대로 보상하겠다"고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