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민원 맡겨주세요'…일본에 있다는 '취기판정사' [뉴잡스]

일본의 국가 자격증 취기판정사
악취 원인 분석해 저감·제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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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수많은 냄새의 집합체다. 가정집, 식당에서 나는 냄새가 있는가 하면, 산업 공단이나 쓰레기 매립지에서도 악취를 풍길 수 있다. 도시 곳곳에 연결된 파이프나 지하 하수구를 통해서도 언제든 악취가 누출될 위험이 있다. 일본은 무려 반세기 전부터 악취도 '공해'의 일종으로 규정했으며, 이를 관리하고 제거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 왔다.

악취 맡고 원인 제거하는 '취기판정사'

현대 도시는 온갖 악취 배출 시설에 둘러싸여 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일본에는 '취기판정사'라는 국가 공인 자격증이 있다. 취기판정사는 1971년 통과한 '악취방지법'에 근거해 신설된 제도로, 이들은 일반 도심부터 산업 시설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악취의 원인을 파악하는 전문가들이다.

악취의 소재는 다양하면서도 복잡하다. 하수구, 배수관, 산업 시설 등 악취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곳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악취를 발생시키는 다양한 화학 물질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갖춰야 하며, 더러운 파이프나 오물에도 곧장 코를 들이밀 수 있는 용감함과 비위도 함양해야 한다.

이런 엄격한 조건 탓에 해당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일본 내 3252명(2016년 자료 기준)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매년 시험도 응시자 중 80%는 떨어질 만큼 난도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취기판정사 협회 공식 홈페이지 자료를 보면, 이들은 매년 1만2000건에 달하는 악취 관련 민원을 전담하며, 주로 지방 정부나 공장, 사업소 등에서 하청을 받아 냄새의 강도와 원인을 분석해 준다고 한다.

우리보다 30년 앞선 일본의 냄새 저감 노력

일본은 일찍이 양돈 농가의 분뇨 등 악취 저감 대책 마련에 착수해 왔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

일본이 악취를 공해로 인식하고 억제 노력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건 1971년부터다. 국내의 악취방지법이 2004년에 첫 제정됐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한국보다 33년이나 앞선 셈이다.

일본 정부는 단순히 악취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특정 화학 물질이 얼마나 높은 강도의 악취를 만들어내는지 등을 분석하고 정량화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전국에 퍼진 취기 판정 업무의 유용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

이런 노력은 최근 들어 눈부신 성과를 맺고 있다. 일본 '냄새향기협회' 자료를 보면, 일본의 악취 관련 민원은 2003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감소 추세에 들어섰다.

악취는 사회적 갈등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쓰레기 매립지나 축산농가가 일부 도시 주민들로부터 '혐오 시설'로 낙인찍히는 원인도 결국 악취에 있다. 실제 국내에서도 악취로 인한 갈등은 점점 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어쩌면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악취전문가'들이 인기를 끄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슈&트렌드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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