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맥도널드 미국 본사가 햄버거에서 발생한 대장균 감염 사건으로 집단소송에 휘말리면서 주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햄버거에 들어간 양파가 대장균 감염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양파를 제외시킨 햄버거의 판매 재개는 빠르게 이뤄졌지만, 피해 사례가 점점 확대되면서 매출 여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중동지역 매장의 불매운동이 지속된 상황에서 대장균 감염 사태까지 터지면서 자칫 매출 악화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맥도널드의 쿼터파운더 버거를 먹고 대장균에 감염된 소비자들이 시카고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까지 제기된 소송의 손해배상금액 규모는 500만달러(약 69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대장균 피해사례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관련 소송도 앞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맥도널드 쿼터파운더 버거를 먹고 대장균 감염 증상이 나타난 사례가 미국 13개주 90건에 달하며 29명이 병원에 입원했고, 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CDC를 중심으로 미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서 햄버거에 들어간 양파가 대장균 감염을 일으킨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고, 이후 맥도널드 측은 해당 양파를 뺀 상태로 햄버거 판매를 재개한 상태다.
맥도널드 측은 대장균 감염 여파가 끼칠 여파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했지만, 이미 식품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미국 내 맥도널드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고든 해스킷 리서치 어드바이저스의 조사에 따르면 10월26일~27일 주말 동안 미국 내에서 맥도널드를 찾는 보행자 수가 전년 대비 9.5%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감염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진 콜로라도와 와이오밍주는 각각 33%,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도널드의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CDC에서 쿼터파운드 버거에서 대장균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이후 주가는 314.69달러에서 지난달 30일 291.52달러까지 7.36% 하락했다. 대장균 감염 이슈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3분기 실적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가가 좀처럼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발표한 맥도널드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68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신규매장 매출을 제외한 동일매장(1년 이상 운영된 매장)의 매출이 전년 대비 1.5% 감소해 당초 시장 예상치인 0.6% 감소보다 더 가파른 매출 감소세가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0.6% 감소한 31억9000만달러에 그쳤다. 주당순이익(EPS)도 3.13달러로 지난해보다 1.3% 하락했다.
맥도널드 측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 심화로 식료품 가격이 급격히 오른 것을 매출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 켐친스키 맥도널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수년간 걸쳐 이뤄진 식료품 가격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햄버거, 감자 튀김, 음료수 등의 값이 뛰면서 고객들의 씀씀이가 줄어들었다"며 "맥도널드가 오랫동안 적당한 가격의 음식을 파는 곳으로 업계 수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후발주자들과의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요감소 못지않게 매출을 압박하고 있는 요인은 중동에서 진행 중인 불매운동 여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 발발 이후 이슬람 국가들에서 맥도날드에 대한 불매운동이 지속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맥도널드가 현지 파트너 기업으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해외 개발 라이선스(IDL) 시장 사업 부문의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는데 대부분 중동지역 매출 저조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지역 매출 감소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의 맥도널드 체인 운영사인 알로니얼(Alonyal)이 이스라엘군에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지속되고 있다.
맥도널드 본사는 중동지역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해 지난 4월 알로니얼이 운영 중인 이스라엘 내 맥도널드 체인점 225개를 모두 인수하겠다고 밝히고, 현지 직원 5000명의 고용도 계승하는 조건의 인수계약에 합의했다. 그러나 중동지역에서 이미지 개선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중동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불매운동이 동남아시아의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 등으로 옮겨붙을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