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윤기자
올해 국내 코스닥 상장사 주식연계채권 발행 규모가 지난해보다 약 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발행한 코스닥 기업 수도 크게 늘었다. 반면 자금 조달 여력이 있는 코스피 상장사는 오히려 발행 규모와 기업 수가 모두 줄었다.
특히 채무 상환 목적으로 발행된 주식연계채권 규모는 작년 대비 2배 증가했다. 가장 많은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한 기업은 '민희진 사태'로 주목받은 하이브였다.
기업데이터 연구소 CEO스코어는 "올해 1~10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가 발행한 교환사채(EB),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연계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상장사는 285곳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곳 늘었다"고 30일 밝혔다.
코스닥 상장사의 발행 증가가 두드러졌다. 자금을 조달한 코스닥 기업은 245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곳 늘었다. 발행 규모도 작년 5조2182억 원에서 올해 5조4011억원으로 1829억원 불었다.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연계채권 발행 증가 요인은 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중소기업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탓이다. 자금 확보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이들 기업은 금리가 낮은 주식연계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향을 보였다.
코스피 상장사의 주식연계채권 발행은 축소했다. 올해 1~10월 발행한 코스피 기업은 40곳으로 전년보다 7곳 줄었고, 발행 규모도 6조1184억원에서 1조8945억원으로 4조2239억원 감소했다.
이는 작년에 SK와 LG가 각각 2조원대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한 영향이다. SK하이닉스와 LG화학이 각각 2조2377억원, 2조59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해 작년 코스피 주식연계채권 발행액은 이례적으로 6조 원을 넘었다.
코스피 상장사의 발행 규모 감소로 전체 국내 상장사의 주식연계채권 발행액은 작년 11조3366억원에서 올해 7조295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주식연계채권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채무 상환에 사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올해 1~10월 채무 상환 목적 메자닌 발행액은 1조8162억원으로 전년 대비 93.6% 증가했다. 반면, 운영 자금 목적의 발행은 2조7750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경기 침체로 신규 투자보다는 채무 상환에 주력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려는 기업이 많아졌다.
기업별로는 하이브가 4000억원의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하이브는 이달 17일 3회차 CB 조기 상환을 위해 4000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다. 카카오는 2930억원 규모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해 2위에 올랐으며, 이 중 일부는 인공지능(AI) 관련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서버 구매에 사용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는 2700억원 규모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해 3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아스트, 엠에스오토텍, 아시아나항공 등 여러 기업이 상당한 규모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했다.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금융 상품이다. EB, CB, BW 등이 포함된다. EB는 발행 기업이 보유한 다른 주식과 교환할 수 있는 채권이며, CB는 발행 기업의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채권, BW는 일정 가격으로 신주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