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연초부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우려에 시달려온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하루 새 약 183조원 불어났다. 3분기 호실적에 이어 내년 '20~30% 판매 성장'을 자신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 공개되며 월가 낙관론이 쏟아진 결과다.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장 대비 21.92% 오른 주당 260.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 상승폭은 2013년 5월 이후 11년5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종가 기준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8141억달러(약 1123조원)로 전장 대비 약 1327억달러(약 183조7000억원) 늘어났다.
이는 전날 장 마감 후 공개된 3분기 실적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데다, 머스크 CEO가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차량 판매 성장률이 20~30% 증가할 것이라고 단언한 것이 주가 급등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머스크 CEO는 이 자리에서 투자자들이 기대해온 저가 전기차, 차량 호출 서비스, 자율주행 로보택시 시제품 '사이버캡'의 출시 시기도 대략적으로 밝혔다.
그간 테슬라의 주가는 중국업체와의 가격 출혈경쟁, 1·2분기 판매 감소 등의 여파로 두 자릿수 낙폭을 나타내며 올 들어 두 자릿수 상승한 나스닥지수와 디커플링을 나타내왔었다.
월가 안팎에서는 테슬라가 향후 운송·인공지능(AI)·자율주행 복합 기업으로 거듭나며 전기차 수요 둔화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테슬라 강세론자인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분석가는 3분기 실적을 두고 "투자자들에게 주는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AI, 자율주행 등 타 성장 동인과 합쳐져 결국 시총 1조달러 규모 회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웨드부시가 제시한 목표주가 300달러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약 15% 추가 상승여력이 있음을 뜻한다.
목표주가 상향 움직임도 확인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기존 255달러에서 265달러로 상향했다. 모건스탠리는 주당 310달러를 유지하며 투자 최고 우선순위인 '톱 픽'을 부여했다.
BoA의 존 머피 분석가는 "내년 자동차 판매 성장률이 20~30% 늘어날 것이라는 머스크의 발언은 타당하다"며 "테슬라가 내년 저가 전기차, 사이버캡 사업으로 두 번째 성장 물결을 맞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목표주가 295달러를 제시한 도이체방크의 에디슨 유 분석가 또한 3분기 자동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마진이 인상적이라며 "4분기 인도량 증가율은 11%로 전년 대비 큰 폭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여전히 테슬라에 대해 박한 평가를 내놓는 투자은행(IB)도 확인된다. 트루이스트 증권의 윌리엄 스타인 분석가는 머스크 CEO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두고 "애매모호하다"며 테슬라 주식에 투자보류 등급을 부여했다. 그는 "테슬라가 신차를 공개한 이후 1년 안에 차량을 출시한 적이 없었다"며 "최근에 (사이버캡 등을 제외한) 신차가 공개되지 않았는데, 어떤 차량이 20~30% 단위의 성장을 책임질 수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한편 테슬라의 주가가 급등하며 머스크 CEO의 순자산도 하루 새 335억달러 이상 불어났다.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머스크 CEO의 순자산 총액은 2703억달러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