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20% 넘게 급등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은 데다, 내년 차량 판매가 최대 30% 증가할 것이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 투심을 자극했다. 11년 만에 '최고의 날'을 보내고 있는 테슬라는 이날 하루새 시가총액만 1000억달러(약 138조원) 불어난 상황이다.
24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서 오후 2시29분 현재 테슬라 주가는 전일 대비 20.62% 오른 주당 257.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13년 5월 주가가 하루 24% 치솟은 이후 1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일간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테슬라 주가 폭등은 전날 월가 전망을 웃돈 실적 발표가 견인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날 장 마감 후 3분기 매출이 251억8200만달러, 주당순이익(EPS)이 0.72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은 테슬라가 이 기간 매출 255억달러, EPS 0.6달러를 달성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EPS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 기업들과의 가격 인하 등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최근 이익이 감소해 왔다. 하지만 탄소배출권 크레딧 판매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호조, 매출 원가 감소로 3분기에 예상보다 높은 순이익을 거뒀다. 특히 테슬라는 순수 전기차 판매를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인 대가로 정부에서 크레딧을 받는데, 이 권리를 탄소 배출이 많은 다른 기업에 팔아 7억3900만달러의 수익을 냈다.
전날 실적 발표 후 머스크 CEO의 발언도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그는 비용 절감 노력으로 전기차 가격이 낮아져 내년 자동차 판매가 20~3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내년 15% 성장을 예상한 팩트셋의 전망을 크게 앞지르는 수준이다.
머스크 CEO는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이달초 공개한 자율주행 로보택시 시제품인 '사이버캡'도 언급했다. 그는 오는 2026년부터 사이버캡 양산을 시작해 연간 20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금리 인하로 차량 할부금 납부액이 줄어들면서 수요 측면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머스크 CEO는 연방정부가 사람이 감독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전국 어느 도로든 주행할 수 있도록 승인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정부에 효율성 부서가 있다면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시 불필요한 기업 규제를 없애는 '정부 효율성 위원회'를 신설해 머스크 CEO를 기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7500만달러(약 1040억원)의 선거 자금을 기부하며 그의 당선에 올인하는 상황이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머스크 CEO가 제시한 내년 20~30% 판매 성장 전망에 대해 "회사가 더 저렴한 가격의 모델 출시, (소비자에 대한) 자금 조달 제안, 기능 향상을 통해 구매 가능성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내년 테슬라 차량 판매가 1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은 '매수'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