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기자
기준금리 인하에 우리나라 기업의 체감경기가 넉 달 만에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향후 미국 대선과 IT 경기,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많아 다음 달 경기는 악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2.1로 전월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CBSI가 장기(2003년 1월~2023년 12월) 평균치인 100보다 크면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전산업 CBSI는 지난 7월(95.1), 8월(92.5), 9월(91.2) 3개월 연속 하락하다 넉 달 만에 소폭 개선됐다. 다만 CBSI가 100을 밑돌고 있어 경제에 대한 기업들의 심리는 여전히 비관적이다.
제조업 심리는 자동차, 전기장비, 기타 기계·장비 등을 중심으로 개선됐다. 10월 제조업 CBSI는 92.6으로 전월에 비해 1.7포인트 상승했다.
분야별로 보면 자동차는 미국의 기준금리 하락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 여력이 개선되면서 완성차 수출 증가에 영향을 받았다. 전기장비는 해외의 인공지능(AI) 관련 전력망 투자 확대로 케이블과 변압기 수요가 늘어난 점, 기타 기계·장비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선박 부품 등을 중심으로 재고가 감소한 점이 작용했다.
비제조업은 정보통신업과 도소매업, 운수창고업을 중심으로 개선됐다. 10월 비제조업 기업심리지수는 91.7로 전월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정보통신업은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과 학습서적 출판업체를 중심으로, 도소매업은 가전·전자제품 및 자동차 판매를 중심으로 매출이 개선된 영향을 받았다. 운수창고업은 물품 보관과 화물 운송 수요가 증가한 점이 작용했다.
다음달 경기는 악화될 것이라고 보는 기업들이 많았다. 11월 기업심리지수 전망은 제조업이 전월 대비 3.5포인트 하락한 90.5로, 비제조업은 전월 대비 2.3포인트 내린 89.2로 조사됐다. 제조업은 전자·영상·통신장비와 고무·플라스틱, 비제조업은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 및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악화됐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이달 기업심리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도 "다만 이는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신규수주가 낮아진 것을 볼 때 다음 달 심리가 플러스(개선세)로 나온 분야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대선 결과나 중동 사태의 전개 양상, IT 경기의 불확실성 등의 리스크는 계속 존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기업심리가 크게 호조로 전환되는 흐름은 안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반영한 10월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에 비해 1.2포인트 하락한 92.5를 기록했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순환변동치는 93.5로 전월과 동일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전국 3524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 업체는 3304개이며 제조업이 1850개, 비제조업이 1454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