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만·점진적' 美 Fed,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시사…국채 금리 급등

미니애폴리스·댈러스 연은 총재 발언
시장, 다음 달 스몰컷 가능성 87% 반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으로 통화 완화 사이클을 개시한 가운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점진적이고 느린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노동시장과 소비 강세로 미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신호가 잇달아 감지되면서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에 미 국채 금리는 치솟았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1일(현지시간) 위스콘신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지난달 큰 폭의 금리 인하 단행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향후 예정된 몇 차례 회의에서는 더 작은 폭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카시카리 총재는 "앞으로 몇 개 분기 동안 중립 (금리)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보다 보다 완만한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립 금리에 대해 경제를 자극하거나 제한하지 않는 수준의 금리라고 설명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지려면 "노동시장이 빠르게 약화된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도 이날 Fed가 신중한 속도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로건 총재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경제가 예상했던 대로 움직인다면 정책 금리를 보다 정상적이거나 중립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낮추는 전략이 위험을 관리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덜 제약적인 통화 정책이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의 두 가지 책무를 달성하는 데 있어 위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인하 속도에 대해서는 속도 조절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Fed는 지난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5.25~5.5%에서 4.75~5.0%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6~7월 금리 인하 시점을 놓쳤다는 일각의 비판 속에 Fed가 고용 냉각 우려에 대응해 과감한 금리 인하 조치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이후 나온 고용 지표는 예상보다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신규 고용은 전월 보다 25만4000건 늘어나 6개월 만에 증가폭이 가장 컸다. 시장 전망치(14만7000건)와 지난 8월(15만9000건 증가) 수치 모두 크게 상회했다. 여기에 9월 소매판매도 전월 보다 0.4% 늘어나 예상치(0.3%)를 웃돌며 미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Fed 위원들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뜻을 시사하면서 미 국채 금리는 급등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거래일 보다 11bp(1bp=0.01%포인트) 뛴 4.19%,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7bp 상승한 4.02%선을 기록 중이다.

시장에서는 Fed가 다음달 6~7일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11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87.1% 반영하고 있다. 한 달 전 49.6%에서 크게 상승했다. 다음 달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같은 기간 50.4%에서 0%로 급락해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CFRA의 샘 스토벌 수석 투자 전략가는 "채권 금리의 지속적인 상승은 미 경제가 여전히 회복력 있어 Fed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투자자들이 여긴다는 뜻"이라며 "결과적으로 Fed가 내년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낮추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제부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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