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베이루트 또 공습...'휴전 협상해도 공격 멈추지 않아'

이스라엘이 16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또다시 공습했다. 최소 22명이 숨졌던 지난 10일 공격 이후 엿새만이다.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전선 확대에 대한 우려를 표한 지 불과 하루 만이기도 하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서도 나바티에 시청사를 공격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휴전 협상에 나선다 하더라도 공격은 계속 이어갈 것이란 방침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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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베이루트 남부 외곽의 다히예 지역에 두 차례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군 대변인이 아랍어로 주민들에게 해당 지역 건물에서 최소 500m 떨어진 곳으로 대피하라고 긴급 경고를 발령한 지 약 1시간 후에 이뤄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이 헤즈볼라가 지하 시설에 저장해 둔 무기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과거 2006년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 간 전쟁에서 큰 피해를 입었던 이 지역은 현재 헤즈볼라가 통제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지난달부터 헤즈볼라 지도부 사살, 무기 저장시설 파괴 등을 위해 이 주변 지역을 반복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을 인용해 이번 주 들어 이러한 긴급 경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고, 대부분의 주민이 잠들어 있는 시각에 발표돼 대피로 이어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짚었다.

특히 이날 공습은 미국에서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한 직후 이뤄졌다. 전날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난 몇 주 동안 베이루트에서 본 폭격 작전의 성격과 범위는 우리가 우려하고 반대하는 것이란 점을 이스라엘 정부에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또 다른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관련해서도 향후 30일 이내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미국의 무기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고도 경고한 상태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에도 강도 높은 공습을 이어갔다.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 일대에서는 시청 건물 등을 겨냥한 최소 10차례의 공습으로 인해 시장, 구급대원을 비롯한 16명이 숨졌다. 남부 카나에서는 최소 15명이 사망했다. 유엔군 기지를 향한 공격도 확인됐다. 레바논 국영통신사 NNA는 이번 공습이 시청뿐 아니라 주거용 건물, 대학 등을 향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카페르 켈라에 주둔하고 있는 UNIFIL 타워에 포격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UNIFIL은 "또 한번 UNIFIL을 겨냥한 직접적이고 의도적인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그간 이스라엘은 레바논 주둔 UNIFIL의 철수를 노골적으로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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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는 가자지구에 이어 레바논 등으로 전선을 확대한 이스라엘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의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사무총장은 이날 레바논 남부의 시청 청사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을 규탄하며 "이스라엘의 공습은 민간인과 주요 기반 시설을 겨냥한 무차별적인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게이츠 총장은 "잔인한 가자지구 시나리오를 레바논에서 재현하려는 계산된 시도의 일환"이라며 "가자지구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가 이뤄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레바논에서 이런 시나리오가 되풀이되도록 방치한다면 범죄에 연루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과 걸프협력회의(GCC) 역시 이날 벨기에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동 분쟁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휴전"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중동 정세가 악화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에서 EU는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을 존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하원에서 극우 이스라엘 장관에 대한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UNIFIL에 병력을 파견한 EU 16개국은 국방장관 화상회의를 통해 레바논 주둔 UNIFIL에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스라엘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기로 했다. 이들 16개국이 파견한 병력은 레바논 주둔 UNIFIL 병력 중 3분의 1 이상이다.

다만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휴전 협상을 하더라도 공격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146예비사단을 찾아 "헤즈볼라는 큰 곤경에 처했다"며 "우리는 오직 포화 속에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갈란트 장관은 현재 피란 중인 이스라엘 북부 주민이 모두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때까지 헤즈볼라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3일 레바논 각지의 헤즈볼라 거점을 폭격하며 '북쪽의 화살' 작전 개시를 선언했고 지난달 30일부터는 레바논 남부에서 18년 만의 지상전에 돌입한 상태다.

한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둘러싼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 측에 구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경고 서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이날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도 관련 내용이 논의됐다. 회의에 참석한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가로막히고 있는데 대한 우려를 표하며 국제사회에 "행동할 때다. 집단학살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안보리에서 이스라엘의 입장을 두둔해온 미국 측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대사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뿌리뽑기 위해 구호품을 막는 '굶주림 정책'을 펴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소위 '굶주림 정책'은 끔찍하고 받아들일 수 없으며 국제법 및 미국 법에 따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밀러 대변인은 이날 국무부 브리핑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물자 지원을 두고 이스라엘 측과 일부 진전을 이루고 있다면서도 아직 이로써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국제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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