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법원장들이 모이는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The Conference of Chief Justices of Asia and the Pacific)'가 2026년 한국에서 열린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후 세종대왕의 법 정신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한 만큼, 다음 아태 대법원장 회의에서도 세종대왕의 법치주의에 관한 연구 성과가 공유될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 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19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서 제20차 회의 개최지가 한국으로 확정됐다.
조 대법원장은 수락 연설에서 "세종대왕의 법치주의에 관한 연구 성과를 세계 각국과 공유하는 '세종 국제 콘퍼런스'를 2025년 개최하고, 그 성과를 기반으로 2026년 대법원장 회의도 성공적으로 열겠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받는 백성들의 속사정을 듣고 바른 재판을 하겠다는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을 비롯한 법 정신에 관해 연구하는 것이 법치주의와 정의 실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지난 8월 대법원은 이한우 작가를 초청해 '세종대왕의 법사상과 훈민정음 창제'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기도 했다.
이번 아태 대법원장 회의에서도 대법원은 세종대왕의 업적을 알리기 위해 '세종대왕과 법의 지배(King Sejong the Great and the Rule of Law)'라는 홍보물을 제작해 각국 대표단에 배포했다. 홍보물에는 △세종대왕이 누구인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뒤 사람들과 소통한 내용 △세종대왕의 법치주의 원칙 △오늘날 세종대왕의 법치주의 원칙을 계승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홍보물에는 "세종대왕은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에 대한 최종 재판관으로서 직접 재판을 주재했는데, 판사에게 서면으로 불만을 표현할 수 없는 가난하고 문맹인 사람들의 처지에 공감해 모든 국민이 문자를 쉽게 배울 수 있기를 바라 한글을 창제했다"며 "세종대왕은 법규범을 공표한 후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려고 노력하고 구체적인 증거에 근거한 공정한 재판을 보장할 뿐 아니라 판결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신속한 재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한국 사법부가 사법 제도에 대한 세종대왕의 사상과 업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그의 철학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면서 사법 제도를 개선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태 대법원장 회의는 호주, 일본, 싱가포르, 중국, 베트남, 필리핀, 미국 등 아태 지역 국가의 대법원장들이 모여 각국의 사법 제도와 사법 협력 방안 및 현안 등을 논의하는 회의로 2년마다 열린다. 1985년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제1차 회의가 개최된 후 올해 제19차 회의가 열렸다. 지난 1999년 제8차 회의와 2011년 제14차 회의는 서울에서 개최했다.
올해 회의는 법치주의와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주제로 열렸으며, 총 29개 국가가 참석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는 15년 만에 한국에서 세 번째로 개최하는 것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법부 수장 간의 대규모 국제회의로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연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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