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주 연속 20%대에 머물면서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은 필리핀·싱가포르·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 일정을 마무리, 외교 성과로 지지율 반등을 모색했다. 하지만 명태균·김건희 여사 문제에 부닥쳐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14일 대통령실은 '정치 브로커'로 불리는 명태균 씨가 연일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명씨가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를 운영했고, 오세훈·김종인·이준석·안철수 등 유력 정치인을 거론하며 자신의 역할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관련자들은 이를 부인하면서 진실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의혹의 규모는 점차 눈덩이처럼 불고 있지만 핵심 키를 쥔 대통령실은 순방 이후에도 명씨에 대한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명씨의 폭로전이 점입가경이지만 용산에서 일일이 대응하는 것 자체가 사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개 정치 브로커가 쏟아내는 과장되고 일방적인 주장에 용산이 휘둘릴 필요가 없다"면서 앞으로도 관련 의혹에 침묵으로 일관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참모진은 "대통령 순방 이후 성과 가시화를 위해 노력하는 시점에서 명씨 관련 의혹을 해명하는 데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 용산에서는 명씨 의혹 관련 불쾌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철저히 입단속에 나선 모양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 문제를 연일 거론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한 대표가 김 여사 공개활동 자제,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 김 여사 기소 불가피성을 언급한 데 이어 구체적으로 김 여사 주변의 '한남동 라인' 쇄신까지 주문하면서 발언 수위를 높여가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다만 대통령실은 10·16 재·보궐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관련 입장을 내는 것을 자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계 관계자는 "한 대표가 대통령실을 정조준하는 모양새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여당 대표가 독대에서 직접 제기하면 될 문제를 계속 공개적으로 하는 저의가 궁금하다"고 날을 세웠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10·16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일정 조율을 거쳐 다음 주 초 독대해 정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명태균·김건희 여사 문제로 용산의 고심이 거듭되는 가운데 지지율 역시 사면초가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7~11일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00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25.8%로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부정 평가도 전주보다 3.2%포인트 오른 71.3%로, 기존 최고치(70.8%)를 갈아치웠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용산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겠지만 여당 대표마저 국민적 눈높이를 강조하는 현상황을 침묵으로 일관하기는 어렵다"면서 "대통령실이 더 늦기 전에 쌍특검 수용 등 김 여사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내년 이후 국정운영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