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석기자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인 10조원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금융투자업계는 10조원대 초반의 실적을 예상했으나 그보다 저조한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삼성 반도체(DS) 부문의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은 실적 발표 직후 이례적으로 메시지를 내고 고객, 투자자, 임직원들을 향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적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삼성전자는 8일 3분기 실적 잠정치를 공개하면서 영업이익이 9조1000억원, 매출은 79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저효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단 각각 274%와 17% 이상 성장했지만 시장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측한 실적 평균치는 10조417억원이었다. 반도체, 스마트폰, TV·가전 등 각 사업 부문별 구체적인 실적은 이달 말 확정 실적 발표에서 공개된다.
3분기 실적 부진은 PC와 스마트폰 수요 부진으로 인한 범용 D램 실적 하락이 컸다. 지난달 30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한 시세를 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1.7달러로, 전월 2.05달러에서 17.07% 떨어졌다. 또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실적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 부회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다. 삼성전자 수뇌부가 실적과 관련해 별도 메시지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으며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전 부회장은 기술 혁신을 실현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뼈를 깎는 조직 문화 개선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보다 철저한 미래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 등을 제시했다. 그는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