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분 점심에 매달 10만원씩 내요'…'월 200' 9급 공무원 한탄

위성곤 의원 공무원 모시는 날 설문조사
5514명 "1년 내 모시는 날 경험했다"
소속 국과장에 점심 모시고 부비·사비 등 써
메뉴부터 비용부담까지 제발 없애달라 호소

"9급 3호봉인데 매달 10만원씩 내는 게 부담스러워요."

"월급 500만원 받는 분들이 200만원 받는 청년들 돈으로 점심 먹는 게 이상해요."

공직사회에는 ‘모시는 날’이라는 ‘특별한 날’이 있다. 하급 공무원들이 사비를 걷어 국·과장들에게 점심이나 저녁을 대접하는 관행이다.

공무원노조 청년 조합원 100여 명이 8월6일 대통령실에 임금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전국공무원노동조합]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공직사회의 ’모시는 날‘ 관행에 대한 공무원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지방공무원 1만2526명 중 9479명(75.7%)이 ‘모시는 날’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5514명은 최근 1년 이내 모시는 날을 직접 경험했거나,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4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모시는 날’은 주로 점심 식사(57.6%)가 많았고 저녁 식사(7.2%), 술자리(10.4%) 등도 있었다. ‘모시는’ 대상은 대부분 소속 부서의 국장과 과장이었다. 둘 모두에게 음식을 대접한다는 비중이 44.9%로 절반가량 차지했다. 이어 과장 35.5%, 국장 17.0% 순이었다.

식사비용 부담 방식으로는 소속 팀별로 사비를 걷어 운영하는 팀 비에서 지출한다는 응답이 55.6%로 가장 많았다. 사비로 당일 비용을 갹출하거나 미리 돈을 걷어놓는다는 답이 21.5%, 근무 기관 재정을 편법·불법 사용한다는 답변도 4.1%였다. 국·과장이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주로 업무추진비(31.1%)를 이용했다고 위 의원은 전했다.

조사에 참여한 지방공무원 69.2%는 ‘모시는 날’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모시는 날’이 필요한지를 묻는 말에 ‘전혀 필요하지 않다’가 43.1%, ‘별로 필요하지 않다’가 25.8%였다. 그 이유로는 ‘시대에 안 맞는 불합리한 관행’이라는 답이 84%에 달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

설문조사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기술해달라’는 질문이 선택형 답변 항목이었음에도 무려 2085명의 응답자가 참여했다. 앞서 소개된 의견과 함께 "부서장의 호불호, 제철 음식을 파악하고 다른 팀과 겹치지 않는 메뉴를 골라야 한다"라거나 "식당을 고르고 승인받고 예약하고 미리 가서 수저 세팅까지 하느라 오전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제발 없애달라"는 호소가 담긴 의견이 수백 건 제출됐고 소속 기관의 실명을 거론하거나 구체적인 혐의 감사를 요구하는 응답도 다수 있었다고 한다. 위성곤 의원은 "지자체뿐만 아니라 경찰청, 보건소에서도 비일비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면서 "젊고 유능한 공직자들이 느끼는 무력감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장 실태를 모르는 중앙부처 담당자들은 수박 겉핥기식 탁상행정으로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슈&트렌드팀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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