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슬기자
넷플릭스는 올해 부산에서 얼마를 썼을까. 2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리는 해운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비싸 보이는 광고판은 죄다 넷플릭스 차지다. 올해는 극장 영화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더 주목받는 분위기다.
부산영화제는 2021년 팬데믹 당시 한국영화 신작이 없자 OTT 신작 시리즈를 상영하는 '스크린 온' 부문을 만들었다. 당시엔 이벤트처럼 여겨졌지만, 어느새 주객이 바뀌었다. 올해 개막작으로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이 선정됐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공동각본을 맡고 넷플릭스가 전액 투자해 만든 영화다. OTT 영화가 개막작에 선정된 건 29년 역사상 처음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개막식이 열리는 영화제 거점인 영화의전당 맞은편 건물에 대형 광고를 걸고, 영화제 기간 주요 행사가 열리는 해운대 거리에도 큼지막한 전광판 광고를 송출하며 세를 과시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상징하는 빨간색 'N' 마크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간 대형 영화 투자배급사들이 지켜오던 '부산의 밤' 행사도 넷플릭스가 한자리 크게 꿰찼다. 넷플릭스는 4일 오후 6시 해운대 파크하얏트부산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영화'를 연다. 올해 부산에서 열리는 밤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다. 넷플릭스가 부산영화제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미디어 행사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김태원 넷플릭스 디렉터, '계시록'의 연상호 감독, '대홍수' 김병우 감독, '84제곱미터' 김태준 감독, '고백의 역사' 남궁선 감독, '사마귀' 이태성 감독 등이 참석한다. 영화제 기간 넷플릭스 아시아 지역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는 '크리에이티브 아시아 포럼'도 열린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OTT를 본격적으로 껴안았다. '강남 비-사이드'(디즈니+), '내가 죽기 일주일 전'·'좋거나 나쁜 동재'(티빙),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이별 그 뒤에도'·'지옥' 시즌 2(넷플릭스)등 OTT 신작 6편을 상영한다. 디즈니+는 영화의전당 비프힐 외벽에 신작인 '강남 비-사이드' 대형 광고물을 내걸었고, 티빙도 '티빙: 팝업'과 '티빙 힙합 파티'를 영화제 기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