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일 확산’ 160년 난제 해결…KAIST “물리적 원인 규명”

160여년간 풀지 못하던 ‘불균일 확산’ 현상의 물리적 원인이 국내에서 규명됐다.

KAIST는 수리과학과 김용정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 최명철 교수 공동연구팀이 불균일 환경에서 발생하는 분류 현상을 설명하는 새로운 확산 법칙과 실험적 증명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왼쪽부터) 김호연 박사(수리과학과, 現 KAUST 박사 후 연구원)·이근민 박사과정(바이오및뇌공학과)·최명철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김용정 교수(수리과학과). KAIST 제공

‘확산’은 미시적 입자의 무작위적 움직임이 만들어낸 거시적 질량 이동 현상을 말한다. 이 개념은 무작위성(randomness)을 주된 원인으로 물리·화학·생물·재료 등 자연 현상 뿐 아니라 정보·경제·주가 변동 등 분야를 아우르는 대부분 사회 현상에서도 발생한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확산을 브라운 운동과 결합해 분자의 무작위 행보(random walk)로 설명했다. 이후 균일한(homogeneous) 환경에서의 확산 이론은 완벽하게 정립됐다.

하지만 루트비히(Ludwig)는 1856년 불균일(heterogeneous)한 환경에서 물질이 확산에 의해 섞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분류(fractionation)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를 시작으로 과학계는 확산 이외에 다른 추가적인 대류(advection) 현상이 존재해 분류 현상을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입자의 무작위 움직임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논쟁을 160여년간 이어왔다.

공동연구팀은 ‘아인슈타인의 입자적 설명'이 불균일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분류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연구를 진행했다.

이 결과 미시적 수준에서의 무작위 행보(random walk)가 불균일한 환경에 적용되면 확산 계수 D는 전도도 K와 운동성 M으로 나뉘며(D=KM), 이 중 운동성 M에 의해 분류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수학적 계산과 유도를 통해 밝혔다. 물리적 직관으로 보이지 않던 과정이 수학적 계산을 통해 명확해진 것이다.

공동연구팀이 밝혀낸 새로운 확산 법칙은 기존 확산 법칙처럼 계수 D 하나로만 이뤄지지 않고, 두 계수에 의해 결정되는 ‘2개 요소 확산 법칙(two-component diffusion law)'이 된다.

특히 새로운 확산 법칙이 분류 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추가적 대류 현상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입자의 무작위 운동만으로 분류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공동연구팀은 강조했다.

확산의 특성상 분류 현상을 검증할 정도의 정밀도로 데이터를 측정하는 것은 공동연구팀이 수행한 실험의 도전적 요소였으며, 실험으로 이를 검증한 것이 연구의 성과로 꼽힌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공간적으로 이질적인 환경에서 확산만으로도 입자의 분류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중요한 발견“이라며 ”기존 확산 법칙이 설명하지 못한 현상을 정확하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생명과학 및 재료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분리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나아가 불균일한 환경에서의 확산 현상을 다루는 다양한 분야에서 제시된 확산 법칙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동연구팀은 후속 연구로 온도 불균일에 의한 분류 현상과 고체 내 성분 불균일에 의한 분류 현상을 연구할 계획이다. 다양한 종류의 분류 현상이 2개 요소 확산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밝히고, 특성을 규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세종중부취재본부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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