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자기 아들에게 과태료 처분을 내린 데 불만을 품고 담당 공무원을 찾아가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60대 공공기관 직원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30일 연합뉴스는 대전지법 형사 9단독(고영식 재판장)은 협박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공공기관 임직원으로 알려진 A씨는 지난해 10월6일 대전세관 공무원 B씨를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세관 조사팀이 자기 아들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과태료 처분을 내린 데 불만을 품고 대전세관에 20여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A씨는 급기야 대전 유성구에 있는 청사 정문 앞으로 찾아가 B씨를 만나기까지 했다.
당시 두 사람의 만남을 지켜본 목격자는 A씨가 B씨와 어깨동무하고 B씨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속삭였다고 증언했다. 조사 결과 A씨는 피해자 B씨에게 "우리 가족이 받은 고통 돌려주겠다. 죽여버리겠다" 등의 협박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며 "범행 경위, 수법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6년간 공무원을 상대로 한 악성 민원은 연간 4만1000여건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왔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부산 사하갑)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6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공무원에 대한 위법행위는 24만9714건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3만4484건 ▲2019년 3만8054건 ▲2020년 4만6079건 ▲2021년 5만1883건 ▲2022년 4만1559건 ▲2023년 3만7655건의 위법행위가 발생했다.
위법행위 유형으로는 욕설과 협박이 22만8837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는 성희롱(2851건), 폭행(1614건)이었으며, 기물 파손과 위험물 소지, 주취 소란, 업무방해 등도 있었다.
이 의원은 "민원인의 위법행위는 시민 편익을 훼손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며 "정부는 최근 발표한 악성 민원 방지와 공무원 보호 대책 대책의 실효성을 지속 모니터링해 공무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전국적으로 '악성 민원인'이 2784명이라는 전수 결과 조사를 발표했다. 앞서 3~5월 중앙행정기관 49곳, 지방자치단체 243곳, 시도교육청 17곳을 대상으로 악성 민원 실태 전수 조사를 시행한 결과다.
악성 민원인 유형을 보면 업무 담당자 개인 전화로 여러 차례에 걸쳐 수백통의 문자를 발송하는 '상습·반복' 유형과 '폭언·폭행·협박' 유형이 각각 48%(1340명), 40%(1113명)로 대부분이었다. 또 담당 공무원의 실명을 공개한 후 항의 전화를 독려하는 등의 '좌표 찍기' 유형도 6%(182명)였으며, 민원 처리 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과도하게 정보 공개를 청구하거나 비이성적 주장을 하는 유형도 3%(80명) 있었다. 기관별 악성 민원인은 기초 지방자치단체 1372명, 중앙행정기관 1124명, 광역 지자체 192명, 교육청 96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악성 민원 실태가 심각한데도 전체 기관의 45%(140개 기관)는 최근 3년 내 악성 민원 대응 교육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교육했더라도 적절한 악성 민원 대응 교육이 아닌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권익위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