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기자
미술 작품에 '낙서 테러'를 당한 네덜란드 출신 유튜버가 낙서범으로부터 받은 합의금 전액을 네덜란드 한국전 참전용사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29일 한국 여행 유튜브 채널 '아이고바트'(iGoBart)를 운영하는 유튜버 바트 반 그늑튼(31)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앞서 바트는 2022년 9월부터 서울시의 각 동(법정동 총 467개)을 하나씩 탐방하는 '웰컴 투 마이 동' 시리즈를 공개해왔다. 그는 방문한 동을 색칠해 완성한 서울 지도와 여행 중 촬영한 사진 일부를 이달 9일부터 서울 성동구의 한 복합문화공간에 전시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바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도 훼손 사실을 알렸다. 그는 "몇 명의 미친 사람들이 제 지도를 파손했다,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이 지도에 피땀과 눈물을 흘리고 돈을 투자했는데 망가뜨리다니 충격"이라고 말했다.
바트가 공개한 사진 속 작품에는 ‘OOO(이름) 최고야’, ‘OOO 앨범 파이팅! 우리나라 최고 프로듀서’, ‘오빠 사랑해’ 등의 낙서가 새겨져 있었다.
바트는 유튜브를 통해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이자 한국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이런 일(작품 훼손)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인데 안타깝게 저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처음에는 어린아이나 학생들이 한 짓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성인 남자와 여자라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 그들과 직접 합의하는 것이라는 조언을 받았으며,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그들이 적절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들었다"며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우리가 얼마를 보상받고 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한 뒤 그들에게 알렸다. 그들도 알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후 바트는 경찰에 자수한 이들로부터 받은 합의금 전액을 네덜란드 한국전 참전용사협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합의금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 바트는 "돈 때문에 합의한 것은 아니다"며 "나는 정말로 이런 일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진심으로 부끄럽다. 남의 예술작품에 낙서를 왜 하는지", "예술작품이 아니더라도 남의 물건에 낙서하면 안된다", "참전용사 단체에 기부라니, 당신의 결정에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서울 성동경찰서는 재물손괴 혐의로 30대 남성 A씨와 20대 여성 B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지난 15일 오전 2시께 바트의 전시물에 낙서를 해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범행 나흘 만인 지난 19일 오후 10시 30분께 함께 경찰에 출석해 자수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예술작품인지 모르고 낙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