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나기자
이스라엘이 이란을 주축으로 한 중동의 반미·반이스라엘 연대인 '저항의 축'을 겨냥해 전선을 넓히고 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살해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이번엔 예멘 반군 후티의 근거지까지 폭격했다.
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후티의 최근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예멘 항구도시 호데이다 등에 대한 공격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공군 지휘통제실에서 예멘 공습을 지켜본 후 엑스(옛 트위터·X) 게시물에서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아무리 멀어도 적을 공격하는 데에는 상관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3일부터 레바논 헤즈볼라를 집중적으로 공습했던 이스라엘이 이제 예멘으로 시선을 돌린 셈이다. 헤즈볼라와 마찬가지로 예멘 후티 반군 역시 지난해 가자지구 전쟁 발발 직후부터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 연관 선박들을 공격하는 등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해왔다. 전날에도 예멘 반군은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었다.
이스라엘의 이날 공습으로 예멘에서는 4명이 사망하고 최소 33명이 부상당했다고 후티가 운영하는 매체 알마시라는 보도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중태로 확인됐다. 또한 구조대는 여전히 폭격당한 발전소 잔해에 매몰된 사람들을 수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습도 이어갔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해안도시인 시돈 인근에서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24명이 사망했다. 이 지역이 이스라엘군의 표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날 레바논 동부의 발베크-헤르멜 등에서도 21명이 사망하고 4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내 로켓 발사대 등 수십개 목표물을 공습했다면서 군 수뇌부를 겨냥한 암살 작전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반군과 동시에 전쟁을 벌이는 '3면전'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저항의 축' 배후인 이란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저항의 축' 국가들을 잇달아 공격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 가디언은 "예멘에 대한 정교한 대규모 공습은 후티 반군을 표적으로 삼은 것 외에, 이스라엘군이 상당히 먼 거리여도 공습을 감행할 의지, 능력이 있다는 메시지를 이란에게 보내기 위해 계획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NYT 역시 "금요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수장 나스랄라가 사망하면서, 이란까지 개입될 수 있는 중동 전면전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헤즈볼라와 후티는 모두 이란의 대리세력"이라고 짚었다.
이란은 지난 7월말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된 데 이어 지난 27일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폭사하자 강력한 보복을 경고했으나 아직 군사적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중동에서 확전 우려가 한층 고조되자 "중동에서 전면전을 정말 피해야 한다"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구체적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이날 CNN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군의 나스랄라 암살 시도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확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공개한 영상에서 헤즈볼라를 아무리 파괴해도 재건할 수 있기에 나스랄라를 암살할 것을 명령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