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기자
광주 '마세라티 음주운전 뺑소니 사망사고' 피해자 유족이 "딸이 음주운전 마지막 피해자이길 바란다"라며 오열했다.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음주 뺑소니 사망사고' 차량인 마세라티를 대상으로 정밀 감정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9일 연합뉴스는 광주 마세라티 음주운전 뺑소니 사망사고 피해자인 20대 여성의 아버지 강모씨(62)가 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고 보도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고인은 2년 전부터 지역 한 물류센터에서 배송 전 물품을 포장하는 일을 해왔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으나, 스무살을 갓 넘긴 수년 전부터 계획한 '홀로서기'를 위해 일터로 향한 생활력 강한 딸이었다.
자기 벌이가 넉넉하지 않으면서도 매달 부모에게 30만원씩 용돈을 드렸고, 그런 고인의 결혼 자금을 위해 강씨는 딸이 보내 준 돈을 모아뒀다고 한다. 강씨는 "꼬깃꼬깃한 현금이 들어있는 돈 봉투만 보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던 딸 생각이 밀려온다"며 "핏덩이 같은 딸의 돈을 어찌 부모가 함부로 쓸 수 있느냐"고 오열했다.
고인은 업무시간이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인 탓에 밤낮이 바뀌는 생활을 했지만,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해내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사고가 난 지난 24일 새벽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포장 업무를 충실하게 마치고 오토바이 뒷자리에 탑승해 퇴근하던 고인은 음주운전 마세라티 차량에 치여 숨졌다.
강씨는 "보름 남은 아빠 생일에 1년이나 뒤늦은 환갑잔치 겸 축하 파티를 하자던 효녀였는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부모 남겨두고 세상을 먼저 떠났는지…"라며 울먹였다. 이어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것도 모자라 도주까지 한 운전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음주운전 사망사고 피해자는 우리 딸이 마지막이길 소망한다"라고 강조했다.
가해 운전자는 사고 직후 서울 등지로 달아났다가 67시간 만인 지난 26일 경찰에 붙잡혔다. 가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무직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수개월 동안 태국에서 머무르며 무슨 일을 했는지 등을 묻는 말에는 입을 다물었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또 사고 직후 마세라티 차량을 버리고 도주한 점, 가해자의 주민등록등본상 주소지가 광주 북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로 허위등록돼 있었던 점 등이 밝혀지면서 그의 행적에 의문이 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