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계란밥에는 날달걀이 국룰?…왜 日은 날달걀에 진심일까 [日요일日문화]

한반도에서 건너간 닭…메이지시대부터 시작된 식문화 퍼져
달걀 연구·개발에 진심…유통기한 짧아 생식 가능

여러분 달걀 좋아하시나요? 배는 고프지만, 손 하나 까딱하기도 귀찮을 때 밥에 반숙 계란후라이 하나 올려서 간장 계란밥 해 먹으면 그것만큼 든든한 게 없는데요.

우리나라 간장 계란밥은 일본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간장 계란밥이 있다면 일본은 날달걀을 밥에 얹어 간장을 뿌려 섞어 먹는 '타마고가케고항'이 있는데요. '간계밥'이라는 줄임말처럼 타마고가케고항의 영문 이니셜을 따서 'TKG'라고 부릅니다. 차이가 있다면 익힌 것이 아니라 달걀을 깨서 날달걀 그 자체로 바로 밥에 얹어 비벼 먹는 것인데요.

일본의 간장계란밥, '타마고가케고항'.(사진출처=고바야시골든에그홈페이지)

이 대목에서 '어떻게 먹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을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날달걀은 그다지 선호하는 음식은 아닌데요. 비릿하다는 의견이 많아서 호불호가 갈리죠. 그렇다면 일본은 왜 계란후라이 대신 날달걀을 밥에 얹기 시작했을까요? 오늘은 일본의 간장 계란밥, 타마고가케고항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원래 일본에 닭은 기원전 100년 한반도에서 전래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일본은 불교를 숭상해 육식을 금지했기 때문에, 닭도 식용이 아니었고 달걀도 딱히 식용으로 여기지 않았다고 해요. 일본에서 달걀을 먹는 것이 일반화된 것은 17세기 에도시대부터입니다. 에도시대 초기에는 우리나라처럼 달걀 사라고 외치는 달걀 장수도 있었다고 해요. 대신에 계란은 영양가가 높은 완전식품이라는 인식이 그때도 있었고, 굉장히 귀중했기 때문에 매일 먹지는 못하고 보양식처럼 취급했다고 합니다. 에도시대 말기 요리서에는 보양식으로 계란밥 레시피가 기록돼있는데요, 가마솥에 지은 밥에 달걀을 깨 넣고 뚜껑을 덮고 뜸을 들인 뒤 양념을 얹어 먹는 요리로 소개됐다고 해요. 그래도 날달걀보다는 익힌 달걀 문화가 이때는 우세했던 것으로 보여요.

날달걀을 얹은 밥은 메이지 시대부터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이 날달걀 덮밥을 고안해낸 사람은 기시다 긴코라는 사람이라고 해요. 일본 신문광고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꼽히는 기자이자 사업가인 사람인데요. 그는 아침 식사로 꼭 쌀밥에 날달걀을 주문해 이것을 먹었고, 주위에도 권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90종류가 넘는 전국 각지의 달걀을 판매하는 '환상의 달걀가게' 전경.(사진출처=환상의 달걀가게 홈페이지)

20세기 초 다이쇼 시대가 되면서는 양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계란을 비교적 구하기 쉬워졌다고 합니다. 그래도 가격은 여전히 비싸서, 일본 수필에서 당시 식탁을 묘사한 글을 보면 '아침 식사 기본은 계란밥이지만 부모와 아이 3명이 1개의 계란을 나눠 밥에 뿌렸다"고 기록돼있다고 해요.

이후 이어지는 쇼와시대가 돼서야 미국에서 양계 기술이 도입되면서 가정에서도 계란을 많이 먹을 수 있게 돼, 1970년에는 일본인 1인당 계란 소비량이 연간 250개 정도로 올라섰다고 합니다.

쇼와 시대에는 미국에서 양계 신기술이 도입되어 달걀 생산량이 현격히 증가했습니다. 가정에서도 많이 먹을 수 있게 돼 1970년에는 일본인 1인당 달걀 소비량은 연간 250개 이상이 되었습니다. 이후 일본에서 달걀과 관련한 식문화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해요. 우리나라 유정란, 목초란처럼 닭의 먹이와 재료 등을 고집한 '특수 계란'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늘렸죠. 일본은 멕시코에 이어 세계 2위 달걀 소비국이라고도 하는데요. 이렇게 달걀에 '진심'이 되면서 날달걀 덮밥도 자연스레 식문화로 자리 잡게 됐죠.

심지어 날달걀 덮밥 전용 계란과 간장도 판매될 정도인데요. 전용 달걀은 밥 한 공기 160g에 잘 맞는 중량을 고려, 특란보다 작은 사이즈로 만들고 비릿함이 적은 것이 특징이라고 하네요. 심지어 2019년에는 일본에서 '날달걀 계란밥 연구소'가 설립돼 전국 각지의 90종류 이상 브랜드 계란을 갖춘 '환상의 달걀 가게'가 나오는 등 날달걀 문화가 번성해있습니다.

선물용으로 판매하는 '타마고가케고항 전용 달걀'.(사진출처=라쿠텐)

다만 걱정되는 것은 살모넬라균인데요. 찾아보니 일본은 농림수산성에서부터 달걀 품질관리를 잘하고 있어 살모넬라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일본은 워낙 달걀 생식이 많다 보니 달걀의 유통기한을 2주로 짧게 둡니다.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는 보통 산란일로부터 한 달 정도를 유통기한으로 보고 있죠. 그런데도 불구, 연간 1000명 가까운 사람이 달걀을 먹다 식중독에 걸린다고는 하네요.

여하튼 메뉴는 같아도 달걀 먹는 법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참 신기하죠. 간장 계란밥도 버터 넣는 사람, 참기름 넣는 사람 다르듯 일본도 날달걀 노른자만 넣는 사람, 가쓰오부시 올리는 사람 등 다양하더라고요. 손 하나 까딱하기 귀찮은 주말, 점심 메뉴로 간장 계란밥 추천해 드려봅니다.

기획취재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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