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에 따라 내년 미국 대형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1조달러(약 1300조원)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 18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미국 500대 대형 기업을 뜻하는 S&P500 기업의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가 92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고금리로 인해 S&P500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감소했던 지난해(7950억달러) 대비 16.35% 증가한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그러면서 내년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1조달러를 웃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S&P 다우존스사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가장 활발했던 직전 시기는 2022년으로 규모만 9220억달러에 이른다.
S&P500 기업들은 올해 Fed가 긴축에서 완화로 피벗(pivot·방향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돌자 상반기에만 자사주를 4720억달러어치 사들였다. 이는 전년 대비 21% 증가한 규모다.
대형 기업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 많은 현금을 쌓아온 상태다. 캐피털어드바이저그룹에 따르면 애플(166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1000억달러), 알파벳(구글 모회사·1180억달러), 메타 플랫폼(페이스북 모회사·580억달러), 아마존(550억달러)의 현금 보유액은 지난해 기준 총 4970억달러로 집계됐다.
통상 기업들은 자금 유동성이 활발해지고, 차입 비용이 줄어드는 금리 인하기에 자사주를 더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경향이 있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 주식 수 감소로 인한 주당순이익(EPS) 상승 효과를 일으켜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기업 주식 매수세율을 현행 1%에서 4%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점도 자사주 매입을 이끄는 요인이다. 대기업 주식 매수세율은 자사주 매입이 주주 배당에 비해 갖는 세금상의 이점을 줄이기 위한 취지에서 지난 4월 미 재무부가 처음 시행한 세법이다. 올해 알파벳, 메타 플랫폼 등 일부 빅테크를 중심으로 배당금 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 같은 세법이 일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럼에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내에서는 대기업이 내는 세금이 적다며 이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