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나기자
마이클 잭슨의 여동생인 팝스타 재닛 잭슨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흑인이 아니라고 들었다"고 말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앞서 "(해리스가) 갑자기 흑인이 됐다"고 인종 정체성 공격을 퍼부었던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과 유사하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논란에 휩싸인 잭슨의 발언은 지난 21일 공개된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나왔다. 잭슨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역사상 최초의 여성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는 질문에 "사람들이 뭐라고 했는지 아느냐"며 "그녀(해리스)는 흑인이 아니다. 내가 들은 것은 그거였다. 그녀는 인도인이다"라고 답했다.
이에 가디언측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자메이카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는 점을 언급하자, 잭슨은 "그녀의 아버지는 백인이다. 그게 내가 들은 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나는 며칠간 뉴스를 보지 않았다"면서 "그녀의 아버지가 백인이라는 게 밝혀졌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이 흑인 또는 유색인종 여성을 대통령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 진짜 모르기 때문에 답하고 싶지 않다. 어느 쪽이든 혼란이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해당 발언이 공개되자 미국 내에서는 거센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버즈피드는 "온라인에서 잭슨의 발언을 두고 즉각적인 반발이 일었다"며 "많은 이들은 '무지하다', '무책임하다',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엑스(옛 트위터·X) 이용자는 "재닛 잭슨은 음악 역사상 매우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며 "카멀라에 대한 공격에 있어 자신이 '들은' 것을 반복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잭슨의 발언은 일부 유명인들이 얼마나 시대에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준다"며 "나는 그녀를 항상 좋아했지만 거짓말을 반복하는 건?? 당신이 어떤 것에 대해 모르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공부 좀 해라. 제발"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흑인 혈통이 아니라며 인종 정체성을 문제 삼는 공격은 그간 대선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주로 확산해왔던 부분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말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에서 "그녀는 항상 인도계였고, 인도계 유산만을 홍보했다. 나는 몇 년 전 갑자기 그녀가 흑인으로 변신하기 전까지 그녀가 흑인인 줄 몰랐다"면서 인종 정체성 공격을 퍼부은 바 있다. 해당 발언은 현장에서 야유로 받았을 뿐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조차 당혹스러움과 우려를 표하는 의견들이 확인됐었다. 과거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편견을 조장하는 이른바 ‘버서리즘(Birtherism)’을 부추긴 바 있다.
잭슨의 발언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종 정체성 공격과 맞물려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잭슨측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잭슨의 매니저라고 주장한 모 엘마스리는 전날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발언이었다. 흑인과 인도계라는 이중 유산을 갖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을 존중한다. 혼란을 야기한 것에 사과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이 날 잭슨의 오빠이자 실제 매니저인 랜디 잭슨은 엘마스리가 잭슨의 공식 대변인이 아니라며 사과 성명 자체를 부인했다. 이후 엘마스리는 자신이 사과문을 낸 후 잭슨 측으로부터 해고됐다고 확인했다. 그는 "대중에 그녀(재닛 잭슨)의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한 뒤 재닛과 랜디에게 해고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