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최근 낙뢰를 맞아 40분간 심정지가 온 20대 교사를 살려내 화제가 된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가 ‘응급실 뺑뺑이’ 보도에 대해 밝힌 견해가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조 교수는 지난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응급실의 모든 수용 불가가 곧 ‘응급실 뺑뺑이’는 아니다”라며 “자기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던 이들에게 환자를 거부했다는 덤터기를 씌우는 게 옳은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추석 연휴 둘째 날인 지난 15일 광주에서 손가락이 절단된 환자가 지역 의료기관 4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해 90㎞ 넘게 떨어진 전북 전주로 이송돼 접합수술을 받았다는 기사 내용을 언급하며 “절단 환자를 수용하지 못한 뒤 불과 3시간 만에 기사가 떴다”며 “기사에는 광주에 접합수술 가능한 의사가 없다고 나오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전남대병원 수지 접합은 주로 성형외과에서 담당하는데, 사건 당시 2명의 성형외과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었다. 1명은 응급실에 먼저 내원한 다른 환자의 수술에 들어가 있었고, 다른 1명은 쉬지 않고 안면 봉합 중인데 대기 중인 열상 환자만 다섯이었다”라며 “접합수술 가능한 의사가 없는 게 아니고, 의사들이 바빠서 절단 환자를 수용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수술은 집도의 1명이 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술방, 마취과, 간호사, 보조 인력, 장비 등이 모두 가용해야 수술이 이뤄질 수 있다”며 “봉합이 진행 중에도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대기 환자를 그대로 두는 것이 새로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져 또 다른 ‘응급실 뺑뺑이’를 부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보도의 손가락 절단 환자는 얼마든지 전남대병원 응급실에 수용할 수 있었다. 먼저 온 환자의 수술이 끝날 때까지 대기시키면 된다”며 “대충 6시간쯤 기다렸다면 수술받았을 텐데, 그랬으면 누구도 불만 없이 사건이 종결됐을 것이다. 이게 정의롭나”라고 반문했다. 6시간을 대기하는 대신 전주로 1시간 만에 이동해 수술받은 것이 더 환자를 위한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어 “응급실은 다양한 이유로 환자를 수용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 사회는 그 모든 상황을 뭉뚱그려 ‘응급실 뺑뺑이’라고 낙인찍는다”며 “어떤 경우에는 그게 자신들의 목줄을 조인다는 것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전처럼 119가 연락 없이 환자를 전부 응급실에 두고 갔다면 절단 환자는 전남대병원에서 꼼짝없이 6시간을 허투루 소모했을 것”이라며 “(해당 환자는) 가장 빨리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느라 시간을 썼다. 이것이 응급실 뺑뺑이라면 그건 착한 뺑뺑이로 환자를 위한 선의에 더욱 장려되어야 할 뺑뺑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응급실 뺑뺑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안다. 당연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에 공감한다. 하지만 응급실의 모든 수용 불가가 곧 응급실 뺑뺑이는 아니다. 복잡한 현실 속에서 그걸 명확히 나누는 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