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교기자
"대체투자는 '황금 방망이'로 불렸던 아주 좋았던 시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전통자산 대비 높은 수익률과 포트폴리오 개선 효과를 가져다주는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투자공사(KIC) 이훈 투자운용부문장(CIO)은 12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개최된 '제2회 아시아경제 대체투자포럼'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가 대체투자에서 원했던 그림은 여전히 충분히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CIO는 '글로벌 경기전망과 투자전략방향'을 주제로 진행한 강연에서 "대체투자에서 모두가 돈 버는 시간은 지나갔지만 중위험·중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며 "대체투자가 전통자산을 대체 혹은 보완할 수 있는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CIO는 ▲코로나 이후 금융시장 트렌드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 ▲주요 자산군 전망 및 포트폴리오 전략 등 크게 3가지를 중심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 CIO는 "팬데믹 이후 금융시장은 급격한 변화와 불확실성을 겪었다"며 "팬데믹 초기에는 경제 마비와 중앙은행의 급격한 통화정책 완화로 지난 10년간을 지배했던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가 사라졌는데 이것이 가장 극적인 변화"라고 했다. 이후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시장과 전문가의 예상이 잇따라 빗나가는 등 불확실성이 더욱 더 커졌다. 상승장을 예상한 2022년엔 하락장이, 하락장 관측이 우세했던 2023년엔 상승장이 연출됐다.
이 CIO는 "최근의 변동성을 보면서 분석할 수 있는 포인트는 시장의 예측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라며 "우리의 예상과 전문가들의 예측이 모두 빗나갔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하느냐는 부분이 중요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그는 "원칙을 갖고 시장을 따라가면서 그 속에서 또 다른 시각을 가져갈 수 있느냐, 주식의 경우 '턴 어라운드 주식'을 발굴하는 것이 투자의 또 다른 성공 포인트로 작용했다"고 했다.
턴 어라운드는 실적 개선, 구조조정, 소외 탈피, 가치 재평가를 뜻하는 용어다. 주식 시장에서는 현재 실적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향후 재도약 가능성이 큰 종목을 뜻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대표적이다. 이 CIO는 "메타의 경우 75% 폭락했다가 저점에서 4~5배 오른 종목"이라며 "그런 식으로 남들하고 다른 포지션을 가져가야만 주식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는 부분이 최근의 변동성이 우리에게 준 교훈"이라고 했다.
이 CIO는 주요 자산군을 전망하면서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모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기업 이익이 감소하지 않는 한 주식 시장의 하락이나 조정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채권의 경우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결되면 3%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대체투자에 대해서는 "과거 정도는 아니지만, 전통 자산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강화 수단으로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대체투자에 있어서는 우수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운용사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CIO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갈수록 비중이 커지고 있는 미국 시장에 대해 "앞으로도 미국 투자의 비중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주식의 높은 잠재 성장률을 고려해,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서는 복잡한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반영한 전통 자산과 대체 자산의 배분, 성장형 자산과 안정형 자산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등의 투자 전략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