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박에도 눈물 읍소…日 효고현 지사, 갑질 리스트 '황당'

"어떻게든 계속 해 나가고 싶다"
눈시울 붉히며 직 유지 의지 밝혀
자민당, 곧 불신임 안 제출할 예정

자신의 비위를 고발한 직원을 색출, 징계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 수많은 '갑질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일본 정치인이 긴급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자신을 공천한 자민당은 물론, 모든 현 의원으로부터 사실상 불신임받았음에도 지사직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일본 매체 FNN은 11일(현지시간) 사이토 모코히토 효고현 지사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갑질, 비리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사이토 지사는 여론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회견장에 들어와 기자들 앞에 고개를 숙인 그는 돌연 눈물을 흘리며 "죄송합니다. 저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고 실수도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저 자신이 분하다"라고 사과를 전했다.

기자회견 진행 중인 사이토 모코히토 일본 효고현 지사 [이미지출처=NHK 방송 캡처]

매체에 따르면, 현재 효고현 의회는 12일 사이토 지사에 대한 사직을 요청할 방침이다. 또 정례 의회 개회일인 오는 26일엔 의회 내 최대 정당인 자민당이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토 지사는 2021년 선거에서 자신을 공천한 자민당에 사실상 버림받은 셈이다.

그러나 막다른 길에 몰린 상황임에도 사이토 지사는 직접 사임하겠다는 의사는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자민당이 불신임안을 제출하면) 상황은 정말로 어려워진다"라면서도 "(자민당의) 지적은 저도 인지하고 있지만, 어떻게든 (효고현 지사를) 계속 해 나가고 싶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의회 전원이 사퇴를 요구하는데도 지사직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이토 지사는 "3년 전 현민으로부터 부탁을 받아 '4년간 확실히 (지사 직을)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라며 "부탁받은 건 3년 전"이라고 강조했다. 즉 자신의 임기를 완수할 때까지 1년 간은 직을 유지하고 싶다는 뜻이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사이토 지사 노력해'라는 해시태그가 한동안 인기를 끈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매체는 "국민들이 사이토 지사를 응원하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비꼬는 건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한편 사이토 지사는 지난 3월 효고현의 전직 국장이 자신의 비위 및 갑질 의혹을 정리한 문서를 일부 매체에 보내자, "고발자를 찾아내라"며 색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해당 국장을 찾아 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이 국장은 사이토 지사의 비리를 밝혀달라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현지 당국은 효고현청 직원을 대상으로 사이토 지사의 갑질 및 비위 내부고발 조사에 대대적으로 착수했고, 그간 사이토 지사가 저지른 온갖 갑질 사례가 드러나며 논란이 커졌다. 그를 둘러싼 갑질 논란은 ▲지사 선거를 앞두고 간부들과 지역단체들 대상으로 한 사전선거 운동 ▲시찰하러간 단체나 기업에서 받는 선물, 특히 직원들에게 주라고 한 것까지 혼자 챙기기 ▲책상을 두드리면서 화내기 ▲엘리베이터 타는지 직원이 문닫고 올라갔다고 욕설▲ 차량진입 금지 표지만을 움직이고 진입 지시▲예약제 식당에서 당일 예약 하려 했다가 거부당하자 "나 효고현 지사야" 갑질 등이다.

앞서 사이토 지사는 일본유신회와 자민당이 2021년 현 선거에서 공천하며 당선된 바 있다. 그러나 자민당은 이제 그의 공식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며, 불신임안도 제출할 방침이다.

이슈&트렌드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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