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발량이]지상파의 축구 대표팀 중계가 반가운 이유

미디어간 중계권 확보 경쟁에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 침해
무료방송에 우선 협상 자격을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가 모처럼 지상파에서 중계된다. 홍명보 감독을 새로 선임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5일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최종예선 첫 경기를 한다. 한국은 B조에 속했으며 첫 상대는 팔레스타인이다. 이 경기는 지상파인 SBS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쿠팡플레이에서 중계할 예정이다.

쿠팡플레이는 지난해 4월 아시아축구연맹(AFC)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 등 AFC 주관 경기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쿠팡플레이가 월드컵 예선 중계권을 지상파 3사에 재판매했고 SBS를 시작으로 지상파 3사가 돌아가면서 최종 예선 경기를 중계할 예정이다. 다만 지상파 3사와 쿠팡플레이 간의 중계권 재판매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막판에 극적으로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이 위협받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보편적 시청권은 2007년 방송법 개정안에 담긴 개념이다. 2006년 스포츠 전문 채널 아이비스포츠가 AFC 주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의 국내 중계권을 독점적으로 확보한 후 해당 중계권을 지상파 방송사에 재판매하지 않는 사태가 있은 후 보편적 시청권 개념이 도입됐다.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대형 스포츠 행사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가능한 한 많은 국민이 볼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팔레스타인과의 첫 경기를 앞둔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3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방송법은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 및 그 밖의 주요 행사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는데 이에 따르면 동·하계 올림픽과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월드컵 중 성인남자 및 성인여자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경기는 국민 전체 가구 중 100분의 90 이상 가구가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동·하계 아시아경기대회, 야구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중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경기, 성인남자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AFC 및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이 주관하는 경기(월드컵축구 예선포함), 양 축구협회 간 성인남자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평가전(친선경기 포함)은 국민 전체 가구 수의 100분의 75 이상 가구가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하는 체육경기대회로 규정하고 있다.

해외 프로축구리그 경기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중계권은 다음 시즌부터 현재 SPOTV에서 쿠팡플레이로 넘어간다. 이처럼 중계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 중계권료는 점점 비싸지고 국민 대다수가 볼 수 있는 지상파에서의 중계도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다.

올해부터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야구의 유무선 중계권이 OTT 업체에 넘어가면서 논란이 됐다. 프로야구는 민간 기업이 소유한 구단의 리그인 만큼 시장 논리를 배척하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경기는 다르다. 과거에 비해 올림픽 등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가대표 경기는 국민을 통합하고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효과가 있다. 국가대표팀 경기의 경우 지상파 무료 방송 채널에 우선적으로 중계권 협상 자격을 부여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유럽연합(EU)·영국·호주 등 일부 국가는 이미 이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스포츠팀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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