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기자
2019년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로 활동한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5년 만에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춘다.
테츨라프는 브람스 작품 해석에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 바이올리니스트다. 오는 5~6일 서울시향 정기공연, 7일 실내악 공연에서 잇달아 브람스의 곡을 연주한다. 5일과 6일 정기공연은 각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며 7일 실내악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예정돼 있다.
테츨라프는 베를린 필, 드레스덴 필, 워그모어홀, 런던 심포니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했고, 2018년 디아파종 황금상, 2017년 MIDEM 클래식상, 2015년 독일 음반평론가상 등을 받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다. 그는 1994년 현악 사중주단 '테츨라프 콰르텟'을 창단하는 등 실내악 연주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틀간의 정기공연에서 서울시향은 첫 곡으로 핀란드 작곡가 카이야 사리아호의 '겨울 하늘'을 연주한다. 사리아호가 2002년 초연된 '오리온'의 2악장을 독립된 악곡으로 편곡한 작품으로 옛 그리스 신화의 오리온을 소재로 한다. 영롱하지만 날카로운 음색의 피콜로로 시작하며, 다층적인 폴리포니를 이루는 악곡에서 독주 악기들의 명징한 선율과 다채로운 음색이 인상적인 곡이다.
이어 테츨라프가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브람스가 전성기에 내놓은 걸작이자 그가 남긴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매우 정열적이면서 아름답고 따뜻한 낭만의 정서가 가득한 작품으로 원숙한 브람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2부 공연에서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5번이 연주된다. 쇼스타코비치의 15개 교향곡 중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이자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다. 1971년 여름에 완성됐으며, 이듬해 쇼스타코비치의 아들 막심의 지휘로 모스크바에서 초연됐다. 전체 4악장으로 구성된 고전적인 작품으로 중간 두 악장은 중단 없이 연주되며, 쇼스타코비치의 사색적이고 포근한 서정적 선율이 가득한 작품이다. 쇼스타코비치가 19세기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와 바그너를 비롯해 자신의 초기작을 대거 인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 덕분에 혁신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1악장은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을 인용한 금관 선율이 돋보이며, 2악장은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음색이 더해진 장송행진곡 풍의 연주가 이어진다. 마지막 악장은 글린카의 노래, 바그너의 오페라 '신들의 황혼'과 '트리스탄 이졸데'의 단편들이 대거 활용된다. 오페라의 선율들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과 닮은 파사칼리아 주제가 강력한 클라이맥스를 이끌며, 불협화음의 침입으로 불안하면서도 조용하게 막을 내린다.
지휘는 핀란드 국립 오페라 및 발레단 수석 지휘자이자 포르투갈 굴벤키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한누 린투가 맡는다. 린투는 2017년 서울시향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을 연주해 청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7일 실내악 공연에서는 모차르트의 현악 오중주 4번과 브람스의 현악 육중주 2번이 연주된다. 모차르트의 현악 오중주 4번은 현악 사중주에 비올라 한 대를 추가한 편성으로 총 4악장으로 이뤄진다. 이 곡이 완성될 무렵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별세해 아버지에 대한 모차르트의 마음을 담은 곡이라고도 일컬어진다.
브람스의 현악 육중주 2번은 옛사랑에 대한 추억이자 이별의 아픔을 담은 작품이다. 브람스는 두 대의 바이올린, 두 대의 비올라, 두 대의 첼로가 서로 의지하며 짝을 이루는 현악 육중주 두 곡을 남겼다. 애수 어린 선율의 현악 육중주 1번이 '브람스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데 반해 이 작품은 일명 '아가테 육중주'라고 불린다. 브람스는 괴팅겐에서 만난 대학교수의 딸이자 소프라노 아가테 폰 지볼트를 열렬히 사랑해 약혼까지 했지만 끝내 결혼에 이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