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상업영화·OTT 동시 출격하는 퀴어소설…서로 다른 홍보방식

베스트셀러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영상화
영화·OTT시리즈 제작…10월 잇따라 공개
편견 넘어 일상으로 스며든 '퀴어의 삶'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사진제공=티빙]

박상영 작가 베스트셀러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이 동시기 영화와 드라마로 각각 제작돼 관객, 시청자와 만난다. 하나의 IP(지식재산권)가 비슷한 시기에 다른 플랫폼에서 기획·제작돼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작을 관통하는 ‘퀴어’ 소재를 영상으로 어떻게 각색할지도 관심사다. 참신한 시도가 원작 팬들을 만족시키고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인기 ‘퀴어 소설’ 극장·안방 진출

‘대도시의 사랑법’은 30대 초반의 게이 남성인 ‘나’의 삶과 사랑을 다룬 퀴어 소설이다. 동성애와 성 소수자의 삶과 현대 사회 단면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 호평을 이끌었다. ‘퀴어’(성 소수자)의 삶의 방식과 사랑 이야기가 인상적이라고 평가받으며 누적 판매 부수 10만부를 넘겼다.

소설은 연작 형식으로 ▲재희 ▲우럭 한전 우주의 맛 ▲대도시의 사랑법 ▲늦은 우기의 바캉스 등 챕터로 구성됐다. 작품에서 성 소수자 남성과 이성애자 여성의 우정 이야기가 나오는데, 두 사람이 동거하면서 각자의 남자친구에게 이를 숨기기 위해 가명으로 부르거나 격렬하게 싸우는 등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남편과 이혼 후 혼자 억척스럽게 살아온 엄마에 대한 이야기, 성 정체성이 남에게 밝혀질까 봐 극도로 꺼렸던 19살 연상 남성과 연애담, 한 남성과 진한 사랑과 추억 등이 담겼다.

연작소설인 ‘대도시의 사랑법’의 하나의 챕터를 118분 분량 영화로 각색해 10월2일 극장에 선보인다. 투자배급사 쇼박스와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등이 제작하고 배우 김고은·노상현이 주연을 맡았다. 눈치 보지 않는 자유로운 재희(김고은)와 세상과 거리두기에 익숙한 흥수(노상현)가 동고동락하며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다. '미씽: 사라진 여자'(2016) '탐정: 리턴즈'(2018) 등을 연출한 이언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감독은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원작에서 재밌는 지점을 담고, 영화로 만들면서 전하려던 이야기를 놓치지 말자는 것이었다"고 했다.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은 8부작 시리즈로 만들어 10월 21일 공개한다. 원작자인 박상영 작가가 각본을 맡고,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와 빅스톤스튜디오가 제작했다. 영화와 달리 원작 속 4개 챕터를 감독 4명(허진호-홍지영-손태겸-김세인)이 각각 연출했다. 에피소드별로 연출을 달리하는 미국 할리우드 시스템을 차용한 시도다. 작가 고영이 좌충우돌하며 삶과 사랑을 배워가는 청춘의 로맨스를 코미디와 정통 멜로, 로맨틱 코미디가 어우러진 웰메이드 멜로 드라마로 그린다. 주인공 고영 역은 배우 남윤수가 연기했다. 권혁, 나현우, 진호은 등이 출연한다.

이성애? 알쏭달쏭 vs 男男 멜로…극과 극 홍보방식

영화·시리즈는 각각 시청 타깃이 다른 만큼 홍보 방식도 차이가 있다. 개봉을 한 달여 앞둔 영화는 여성과 남성의 알쏭달쏭한 관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예고편에서 ‘사랑은 후회 없이, 인생은 솔직하게’ ‘김고은, 노상현의 공감 유발 사랑법이 펼쳐진다’ ‘사랑은 노터치, 우정은 포에버, 순도 100% 찐사친 리얼 라이프’라고 소개하고 있다. 마치 김고은과 노상현의 이성 로맨스처럼 포장한 홍보 방식이 눈에 띈다. 퀴어 서사를 이성애처럼, 혹은 모호하게 둔갑시킨 방식으로 상업영화로 마케팅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전략이다. 각색 과정에서 원작의 퀴어 코드를 빼고 이성 로맨스물로 바뀔 가능성도 있지만, 원작이 지닌 매력을 비춰볼 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사진제공=티빙]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사진제공=티빙]

OTT 시리즈는 노골적이다. 예고편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남윤수가 남자친구들과 연애하는 모습, 스킨십 장면 등이 그대로 공개됐다. 원작의 퀴어 코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OTT에서 퀴어 장르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다. 팬데믹 기간 BL(Boy's love) 콘텐츠가 잇따라 흥행하면서 관련 IP가 주목받았다. ‘퀴어의 삶’이 편견 넘어 일상으로 스며들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인기 원작의 팬덤도 상당한 만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리메이크된 두 작품이 어떤 반응을 얻을지 주목된다.

기획취재부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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