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민기자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취임 후 첫 연구현장 방문지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선택했다. 전임 이종호 장관이 반도체 기업을 첫 현장 방문지로 선택했던 것과 달리 출연연을 통해 3대 게임체인저 기술의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출연연 공공기관 해제를 계기로 추진하기로 한 혁신방안도 적극적으로 추진된다.
유 장관은 28일 서울 KIST 본원에서 전략기술분야 연구 동향을 청취하고 관련 연구자들을 격려하는 현장간담회를 가졌다. 과기정통부는 유 장관이 출연연의 맏형격인 KIST를 첫 방문지로 선택한 것은 출연연을 국가 핵심과제 선도기관으로 혁신하고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장관은 취임사에서부터 인공지능(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기술 육성을 위한 출연연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유 장관은 국가적 임무를 수행하는 출연연이 위상에 걸맞은 역량을 갖추고 세계 최고 연구기관들과 동등한 수준에 설 수 있어야 국가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다고 요구한 바 있다. 하루 전 발표된 과기정통부의 내년 예산안에도 출연연 예산이 상당폭 증액되며 전략기술 육성을 위한 책임을 맡기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유 장관은 글로벌톱전략연구단에 선정돼 초거대계산반도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KIST 차세대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소장으로부터 조직의 경계를 넘어 내·외부 우수인재를 유치하고 연구목표와 예산집행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청취했다.
KIST는 지난 5월 취임한 오상록 원장의 지휘하에 ‘임무 중심 연구소’를 도입해 최고의 연구·경영 역량을 갖춘 연구소장이 프로그램 매니저(PM)로서 구체적인 성과를 목표로 설정하고, 이에 맞는 연구들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권을 갖고 관리하고 있다. 오 원장 본인이 과학기술분야 PM 전문가다.
KIST의 신진·중견 연구자들은 유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안정적인 정책환경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공동·협력 연구 지원과 연구자들이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부여해 준다면 출연연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 장관은 “임무 중심 연구소 운영 등 출연연이 자발적으로 혁신하려는 모습이 고무적”이라며,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출연연이 전략기술 분야에서 산·학·연 역량을 결집하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른 시일 내에 기관장들과 기탄없이 논의하는 자리를 갖고 연구현장과 지속적인 소통을 거쳐 출연연이 선도기관으로 나아가기 위한 혁신을 독려하는 한편, 정부의 육성·지원 노력 또한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유 장관의 KIST 방문 이후 출연연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이후 제시됐던 혁신·운영 방향을 정착시키기 위한 출연연 운영규정도 조속히 제정할 계획이다.
출연연 운영규정에는 이번에 제시된 의견을 반영한 석학 등 우수인재 특별채용 및 별도 보수체계 허용, 출연금 연구비 집행 조정 범위·절차 등 기관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출연연을 중심으로 산·학·연 역량을 결집해 대형 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톱전략연구단의 선정 규모를 내년에는 더욱 확대해 도전적 연구를 지원하고, 출연연 신진 연구자의 공동 연구를 지원하는 신규 프로그램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