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기자
국내 제강사들이 이달에 이어 다음 달에도 철근 가격을 일제히 올린다. 제강사들이 생산량을 줄인 이후 재고 역시 감소하자 가격을 추가로 올릴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격을 인상해도 여전히 원가를 밑돌고 있지만 최악에선 벗어났다는 평가다. 현 추이라면 제강사들이 추가로 가격을 올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다음 달 1일 철근 가격을 t당 3만원 인상한다. 앞서 지난달부터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만원을 올렸는데, 추가로 인상하기로 했다. 철근 생산 국내 2위인 동국제강도 이달 초 5만원을 인상한 데 이어, 다음 달부터 3만원을 더 올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철근 가격은 t당 60만원 중반에서 70만원 초중반까지 오를 전망이다.
제강사들이 철근 가격을 잇달아 올리는 건 재고가 줄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말 약 43만t이었던 국내 재고가 6월 말에는 32만t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재고가 감소한 건 수요 증가보다는 생산량을 줄인 영향이 크다. 앞서 이들 업체는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감산을 추진해 왔다. 현대제철은 인천과 당진 공장의 가동 일수를 줄였다. 또 인천공장 특별 보수 작업을 6개월간 연장하기도 했다. 동국제강 역시 지난 6월부터 전기료가 저렴한 야간에만 전기로를 가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2분기 공장 가동률은 64.5%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97.29%에서 크게 줄고, 현대제철의 가동률도 같은 기간 89.3%에서 86%로 낮아졌다.
이들 기업은 철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원가가 t당 90만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인상하더라도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밑돌기 때문이다. 2분기 현대제철은 전년 동기 대비 78.9% 감소한 9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동국제강 역시 21.4% 줄어든 40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제강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도저히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철근 가격 인상으로 최악의 상황에선 벗어났지만 실적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국내 건설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또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수주 이후 실제 착공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적 회복에는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제강사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올 하반기 내내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각 제강사가 감산을 통해 재고량을 줄이고 있다"면서 "가격 반등은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규익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제강사들의 강도 높은 감산 그리고 가격 사수 의지 피력으로 국내 철근 가격이 반등에 성공했다"며 "아직 건설 업황의 유의미한 개선 움직임이 포착되지는 않았으나 착공 면적이 최악에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철근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