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과 10월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등 4명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후임 인선 차질로 헌법재판소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월 20일 퇴임하는 이은애(58·사법연수원 19기) 헌법재판관의 경우 대법원장 지명 몫이기 때문에 큰 변수가 없는 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0월 17일에 퇴임하는 이종석(63·15기) 헌법재판소장, 이영진(63·22기)·김기영(56·22기) 헌법재판관 후임인 국회 추천 몫 3명은 지명에 난항이 예상된다.
2018년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 김기영 재판관은 각각 원내교섭단체인 자유한국당(야당), 바른미래당(원내 3당이자 제2야당), 더불어민주당(여당) 추천으로 선출됐다. 현재는 교섭단체가 2곳뿐이고,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국회 몫의 재판관 추천이나 선출 방식에 대해 별도 규정이 없다. 따라서 여당과 야당이 1명씩 추천하는 몫을 제외한 나머지 1자리를 여당이 추천할지, 여야 합의로 추천할지 정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현재 여·야의 대립 구도가 당분간 누그러질 가능성도 적어 타협책이 나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헌법재판소법상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 없이는 심리를 열 수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재판관 3명 이상 인선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헌재 초유의 ‘평의도 열지 못하는 재판관 공백 상태’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
계류 중인 사형제 관련 형법 조항과 연명치료 중단 관련 연명의료결정법 사건은 물론 손준성·이정섭 검사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 사건, 각종 권한쟁의 사건 등 모든 사건의 평의가 중단된다. 특히 탄핵 사건의 경우엔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이들의 권한이 정지돼 업무 공백까지 감수해야 한다.
헌재를 구성하는 9명의 재판관 중 3명은 대통령이 지명해 임명한다. 또 국회에서 3명을 선출하고 대법원장이 지명한 3명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재판관은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 선출 방법이 문제인 이유는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재판관 9명 중 국회에서 3명을 선출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서다. 국회 몫의 재판관 선출 방식에 대해선 별도의 규정이 없다.
과거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추천 방식은 국회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었다. 1기 재판부는 4당 체제에서 상위 3개당이 재판관 1명씩을 추천했지만, 2기 재판부를 구성할 땐 여당인 민주자유당의 의석 수가 2배 가까이 많아 민자당이 2명을, 야당인 민주당이 1명을 추천했다.
이후 3~5기 재판부를 구성할 때는 여당과 야당이 재판관을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관행이 이어졌다. 직전(2018년) 6기 재판부를 구성할 당시에는 국회가 다당제 구조로 짜여지면서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원내 3당이자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이 1명을 추천했다.
그러나 현재 제3당인 조국혁신당 소속 의원은 12명으로, 원내 교섭단체 요건(국회의원 20명 이상)을 채우지 못해 2018년처럼 교섭단체별로 1명씩 후보자를 추천하는 방안은 불가능한 상태다.
한 달 먼저 퇴임하는 이은애 재판관은 6년 전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명해 임명됐다.
이 재판관의 후임 후보자는 지난 14일 김정원(59·19기) 헌재 사무처장, 윤승은(57·23기)·김복형(56·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최종 압축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이달 하순경 신임 재판관 후보자 1명을 지명 내정할 계획이다.
박수연 법률신문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