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주차했다고 '예비살인마'라니'…선 넘은 전기차 갈등

아파트 입주민들, 전기차 탄다는 이유로 막말
일부 주차장 '전기차 출입금지' 안내문 걸려

최근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화재로 인해 '전기차 포비아'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기차 운전자가 아파트에서 막말을 듣는 등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전기차 운전자 A씨는 최근 한 인터넷 카페 전기차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려 자신이 전기차를 지하 주차장에 주차한다는 이유로 입주민에게 '예비 살인마'란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입주민 단체 대화방에서 오간 대화를 공개했다.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안전성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는 8일 인천 한 지하주차장 입구에 전기차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A씨가 공개한 카톡을 보면 주민은 단체 대화방에서 "맞습니다. 확실히 전기차 타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자기들 편하고 돈 좀 아끼겠다고 남들 목숨 담보로 잡는 거죠" "지하에 있는 전기차들 보면 다 쫓아내고 싶네요"라고 말하며 전기차 차주를 맹비난한다. A씨는 "아니 그래도 똑같은 입주민인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떡합니까. 전기차 타는 분들은 어떡하라고요"라고 항의하자 한 입주민은 "그걸 누가 사라고 강요한 건 아닌데도 그 사람들은 위험한 걸 알면서도 구매했죠. 이기적인 인간들이에요"라고 맞받는다.

"말씀이 심하신데요?"라고 A씨가 반박하자 또 다른 입주민은 "이렇게 반박하지 마시고 전기차 타시면 그냥 조용히 계세요. 민폐 끼치고 다니면서 그렇게 반박하고 싶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에 A씨는"저희 동에선 저 혼자 전기차를 주차합니다. 전기차 탄다고 이렇게 까이는 게 제대로 된 건가요?"라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A씨 아파트에서만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사연을 접한 한 누리꾼의 시선은 엇갈렸다. 누리꾼은 "전기차 타는 게 죄는 아닌데" "전기차 제대로 만들지 않고 파는 업체가 문제지, 산 사람이 왜 문제?" "보조금까지 주면서 팔았으면서 이제 와서 전기차 차주만 죄인 됐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솔직히 입주민 심정 이해한다" "요새 전기차 충전하는 곳 보이면 의식적으로 피해가 된다" 등의 댓글도 있었다.

정부 "배터리 정보 공개 권고"… '전기차 포비아' 꺼질까

이런 '전기차 포비아'는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형성됐다. 지하 주차장에 있던 전기차에서 발생한 폭발이 화재로 이어져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 차량 87대가 불에 타고 783대가 그을렸다.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정전과 단수까지 발생했다.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안전성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는 8일 인천 한 지하주차장 입구에 전기차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전기차로 인한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전기차 안전관리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관계 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국민 불안 해소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정부는 국내 시판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정보를 모든 전기차 제작사가 자발적으로 공개하라고 권고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기차 제조사 및 수입사 14곳 중 11곳이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기로 했다.

특히 인천 화재 발화 차량 제조사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전날까지 '공급업체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뒤집고 이날 자사 전기차 8개 모델에 장착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5개 모델에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장착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이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은 총 5582대가 팔렸다. 배터리 제조사 공개 방침을 밝히지 않은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은 본사 협의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슈&트렌드팀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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