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기자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정독도서관 옆. 작게 나있는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상징인 커다란 불꽃 마크가 눈에 띈다. 빨간 벽돌식 건물로 매장 앞에는 작은 뜰과 한옥 형태에서 따온 듯이 보이는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매장을 살짝 들여다보니 매장 위 천장 전등에는 한지가 발라져 있어 은은한 조명이 나오고 있었다. 제품 안내 문구로 설치된 현대식의 네온사인과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에서 따온 요소들이 묘하게 어울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14일 아디다스가 북촌에 헤리티지 매장을 선보인다. 신발 전용 매장으로 매장의 80%가 운동화로 채워져 있다. 러닝화, 농구화 등 운동용 신발보다는 패션 아이템(퍼포먼스 라인)으로 신을 수 있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삼바, 가젤, 스페지알 등 주요 라인과 프리미엄 협업 제품 등이 들어왔다. 나머지 20%는 협업 의류 제품으로 채워졌다.
아디다스가 국내에서 신발 전문 매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신발 전용 매장으로 북촌을 택한 것은 한국을 잘 반영해낼 수 있는 지역이라고 판단해서다. 지난해까지 아디다스코리아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소속된 시장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디다스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가 늘자 한국 시장을 별도로 분류해 올해부터 단독 시장으로 관리에 나섰다. 아디다스의 단독 시장은 한국 포함 전 세계 7곳(유럽, 남미, 북미, 일본 등)에 불과하다.
이번에 북촌에 직영으로 신발 전용 매장을 내 것도 한국 시장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아디다스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매장은 아디다스의 트렌디한 제품을 한곳에 모아 놓은 모습이었다. 매장은 30평 정도의 1개의 층으로 구성됐다. 150~200켤레의 신발이 진열돼 있었다. 다른 아디다스 매장과 비교했을 때 매장 크기가 작아 많은 수의 신발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삼바탈(Samba tal)과 같이 북촌 매장에서만 구할 수 있는 제품, 다른 매장에서 쉽게 구하지 못했던 프리미엄 제품들이 많았다.
삼바탈은 아디다스 삼바 제품에 한국의 탈춤을 재해석해 만든 것이다. 지난해 12월 빨간색과 갈색 두 가지로 출시됐는데, 빨간색 제품은 연예인 주우재의 운동화로 알려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중고 플랫폼에서는 웃돈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아디다스는 이번 북촌 매장을 문을 열면서 삼바탈 제품을 재출시했다. 이날 매장에서 마주한 한 관계자는 "삼바탈이 2배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어 이를 구매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매장을 찾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 매장인 만큼 다른 매장에서 구하기 어려웠던 인기 협업 제품 '스포티 앤 리치' 시리즈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미국 브랜드인 스포티 앤 리치는 아디다스와 다섯번 째 협업을 진행하며 의류와 신발제품에 대한 팬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매장 한쪽에는 가격대가 있는 프리미엄 협업 제품들을 볼 수 있도록 매대를 따로 설치했다. 스포티 앤 리치 협업 운동화와 이탈리아 장인이 만들었다는 40만원대의 운동화도 구경할 수 있었다. 또 다른 공간엔 구하지 못하는 운동화로 알려진 '태권도' 제품도 진열됐다.
이 매장의 다른 특징은 운동화에 각인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디다스가 제공하는 '메이드포유' 서비스로 현재는 북촌, 명동, 홍대점에서만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만원 내외의 비용을 지불하면 원하는 곳에 각인, 끈 교체 등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아디다스는 오는 18일까지 신발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신발 꾸미기 무료 서비스를 진행한다. 전문 디자이너와 함께 리본, 비즈, 꽃장식 등을 신발에 달 수 있다.
아디다스는 북촌 매장에 국내 고객 외에도 해외 고객들의 방문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일본, 대만 등에서 한국에서 구할 수 없었던 제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한국에 개별 관광을 온 외국인들도 특색 있는 신발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북촌에 많이 방문한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다. 이에 맞춰 아디다스는 일정 금액 이상을 산 고객 대상으로 북촌 투어 서비스도 진행한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이번 북촌 매장은 한국 현지화 일환으로 국내 고객부터 해외 관광객들 모두가 주요 타깃"이라며 "앞으로도 한국의 전통과 현대적 요소를 결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