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정일웅기자
울진 ‘대왕소나무’의 수세(나무의 활력도)가 약화해 산림 당국이 긴급 조치에 들어갔다. 수령이 600년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는 이 소나무는 금강소나무 군락지의 상징목이라는 점에서 세관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수분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으로 대왕소나무의 고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14일 산림청에 따르면 대왕소나무의 수세는 지난달 급격하게 약화하기 시작했다. 연초 폭설로 가지가 부러지는 피해를 입은 데다 최근 병해충 피해와 수분스트레스 문제 등이 더해지면서 수세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는 까닭이다.
앞서 산림청은 연초 폭설로 가지가 부러진 이후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종합 보호조치를 계획했다. 보호조치에는 부러진 가지를 제거하고, 상층부에 금이 간 가지에 대해서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금속 소재를 이용한 쇠 조임 조치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최근 대왕소나무에 소나무좀 등 병해충이 침입하면서 수세가 급격히 약화했다는 것이 산림청의 설명이다.
대왕소나무의 수세 약화가 처음 관찰된 것은 지난달 23일이다. 이후 산림청은 긴급진단을 통해 소나무좀 등 병해충이 대왕소나무에 침입한 것을 확인하고, 긴급 방제를 실시해 추가적인 수세 약화를 방지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대왕소나무 합동 현장점검을 실시한 후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대왕소나무 주변 고사목을 제거하고, 매일 양분을 공급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긴급 현장간담회에서는 대왕소나무 노출 뿌리 객토(토질을 개량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흙을 파다가 옮기는 일), 기후변화 모니터링 확대, 수분 경쟁 저감 등 추가적인 관리방안도 논의했다.
다만 수분스트레스 등의 환경적 요인은 대왕소나무를 되살리는 데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소나무는 입지·토양 특성상 건조한 지역에서 다른 수종보다 잘 생육하는 내건성 수종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소나무가 생육하는 지역에 건조 조건이 극심하면, 소나무도 고사를 피하기 어렵다.
같은 이유로 올해 6월 이후 대왕소나무 능선과 인근 능선부에서는 수분스트레스로 추정되는 소나무 피해가 다수 발생했다. 여름철 울진 지역의 평균기온이 높아진 영향이다. 올해 6~8월 울진지역의 평균기온은 섭씨 24도, 평균 최고 기온은 28도로, 최근 10년간 여름철 평균 기온 22도, 평균 최고 기온 26도보다 2도 이상 높았다.
겨울·봄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지고, 가뭄 현상이 빈번해지는 최근의 기후변화를 고려할 때 소나무 등 상록침엽수 생육 활동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왕소나무의 보호조치와 경과 관찰에도 불구 고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용관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대왕소나무는 병해충 공격에도 취약해진 상황”이라며 “병해충 방제를 위한 집중 방제와 현장 상황 모니터링을 지속해서 병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