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러닝 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진보 성향의 백인 남성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낙점했다. 서민 출신의 백인 남성으로 '친서민, 친노조' 색채가 짙은 월즈 주지사를 통해 11월 대선 접전지인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에서 백인 노동자의 지지 기반을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팀 월즈에게 러닝 메이트가 돼 달라고 요청했음을 자랑스럽게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주지사, 코치, 교사, 퇴역군인으로서 그의 가정과 같은 미국인 노동자 가정을 위해 성과를 내왔다"며 "그가 우리 팀이 된 건 위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1964년생으로 올해 60세인 월즈 주지사는 미네소타에서 6선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2019년부터 미네소타 주지사를 지내고 있다. 정치 성향은 친서민·친노조로 진보 색채가 짙다. 총기 규제, 공교육 강화 등 민주당이 중시하는 이슈를 상식과 합리적인 논리로 명쾌하게 설명하는 언변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월즈 주지사 낙점이 러스트벨트 백인 노동자층 공략을 노린 인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 숀 페인 위원장이 월즈 주지사를 공개 지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월즈 주지사가 갖춘 안정적인 백인 남성 이미지가 인도계 흑인 여성인 해리스 부통령을 둘러싼 일부 유권자의 반감을 희석하는 효과 또한 예상된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월즈 주지사와 함께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마크 켈리 상원의원(애리조나주) 등을 러닝 메이트 후보로 고려해 왔다.
미 현지 언론은 월즈 주지사가 경합주인 위스콘신과 미시간주에서 지지율을 확대할 수 있는 카드라고 분석했다.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는 미네소타와 미디어 시장을 공유하는 서부 위스콘신에서 잘 알려져 있고, 미시간은 그가 주지사로 있는 미네소타와 경제·문화적 유사성이 있다"며 "월즈는 접전지인 위스콘신과 미시간주에서 특히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월즈는 미국에서 경쟁이 치열한 지역을 대변한다"며 "해리스 부통령은 월즈를 선택해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느껴지는 일정 수준의 균형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즈 주지사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흙수저'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연방상원의원(오하이오)에게 맞서 백인 중산층 이하 유권자를 공략하는 데 좋은 카드가 될 것이란 것이 민주당의 기대다.
특히 월즈 주지사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을 겨냥해 "그들은 괴상하다(They're weird)"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민주당 지지층에서 큰 환영을 받았다.
월즈 주지사는 부통령 후보로 결정된 후 X를 통해 "이 선거 운동에 해리스와 함께 하게 된 건 평생의 영광"이라며 "모든 것을 다 걸겠다(I'm all in)"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출격해 월즈 주지사와 첫 공동 유세에 나선다. 오는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각각 대선 후보,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한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월즈 주지사가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확정된 후 자신이 만든 SNS인 트루스 소셜에 "고맙다!(THANK YOU!)"고 썼다. 다른 부통령 후보들 대비 진보적인 월즈 주지사가 낙점돼 안도했다는 분석이다. 밴스 의원은 이날 필라델피아 행사에서 월즈 주지사를 향해 "가장 극단적인 좌파 급진주의자 중 한 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