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기자
서울 강북구에서 의류 수거함 위탁 관리 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A씨(63)는 3일에 한 번씩 수거함을 열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장마철 의류 수거함에 버려진 젖은 이불 때문에 애를 먹은 기억이 가시지 않아서다. 무더운 날씨 탓에 이불에는 구더기와 지네 수십마리가 꼬였다. 수거함 내부에도 악취가 진동했다. 함께 수거한 의류는 벌레가 옮겨붙고 냄새가 배면서 폐기했다.
의류 수거함에 생활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헌 옷 수거 업체들이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 옷이 버려진 쓰레기에 오염되면서 의류 수출에도 피해가 속출하는 실정이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시에 설치된 의류 수거함은 1만2039개다. 각 구청은 도로점거 비용 등을 일부 받는 대가로 민영 업체에 의류 수거 위탁 관리를 맡긴다. 이들 업체는 수거한 의류 중 상태가 좋은 옷을 무역업체에 넘겨 제3국에 수출한다. 수출로 거둔 수익금의 10%는 사회 환원 차원에서 복지단체나 관할 구청 등에 기부한다.
그러나 업체들은 지속되는 쓰레기 무단투기로 의류 수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토로한다. 마포구 등 서울 5개 자치구에서 의류 수거함을 관리 중인 위탁 업체 직원 B씨(45)도 최근 수거된 의류를 전량 폐기했다.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 봉투가 수거함 내부에서 터지면서 의류가 심하게 오염됐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세탁해 냄새를 빼려 시도했지만, 옷에 밴 악취는 가시지 않았다. B씨는 "음식물 쓰레기가 헌 옷에 묻을 경우 냄새를 빼는 데만 3주가 넘게 걸린다"며 "음식물 오염으로 질 좋은 상태의 옷을 그대로 폐기 처분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수거 직원들이 수거 현장에서 겪는 고충도 크다. 버려진 쓰레기를 종량제에 옮겨 담는 과정에서 작업 시간이 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사용한 기저귀와 음식물이 의류 수거함 내부에서 부패하면서 나는 악취로 작업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종로구의 의류 수거함 관리를 맡은 위탁 업체 직원 C씨(61)는 "작업 현장에 사비로 구입한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들고 다닐 정도"라며 "음식물을 봉투에 퍼담고 있으면 코끝이 마비되는 느낌을 느낀다. 쓰레기만 아니어도 수거 시간이 배로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되는 쓰레기 투하에 주민들 시선도 곱지 않은 상황이다. 수거함 인근을 쓰레기 집하장으로 오인해 쓰레기를 버리는 사례가 속출해서다. 위탁 업체 관계자들은 주민들의 계속된 항의에 다른 동네로 의류 수거함을 여러 차례 옮긴다고 토로했다.
위탁 업체 대표 A씨는 "관할 구청을 통해 민원이 들어올 경우 수거함을 다른 구역에 이전하지만 몇주 지나지 않아 같은 항의를 듣게 된다"며 "시민들이 생활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버려주길 간곡히 바라고 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