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정기자
그동안 신작 부진, 실적 부진, 주가 부진에 시달렸던 엔씨소프트가 올해 2분기 적자를 면하면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체질 개선과 신작 출시, 본격적인 투자 확대로 돌파구 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하반기 이후에는 개선 신호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올들어 5일까지 33.31% 하락했다. 24만원으로 올해를 시작한 엔씨소프트는 줄곧 약세를 보이면서 17~19만원대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5월 20만원을 회복하는듯했지만 다시 하락하며 지난달 말부터 17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들어 52주 신저가도 여러 차례 갈아치웠다.
엔씨소프트의 부진은 기존 게임들의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신작마저 흥행에 실패하며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성장을 견인해 온 '리니지'가 부진하면서 '원게임 리스크'가 제대로 엔씨소프트의 발목을 잡았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는 1998년 리니지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 발자취를 남겼으나 2010년 모바일 게임이 개화하며 초반 부진을 경험했다. 2017년 '리니지M' 출시하며 온라인 리니지 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고 10~20대였던 이들의 소득 증가와 맞물리면서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는 엔씨소프트에 높은 수익을 안겨줬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핵심 수요층의 고령화, 동일 장르 내 유사 게임 증가로 인해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빠르게 감소했다. 지난 10년간 매출은 112% 증가한 데 반해 인건비는 246% 늘었다"고 분석했다.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816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3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 257억원으로 늘었으나 2분기에는 88억원으로 다시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엔씨소프트가 2분기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그나마 적자는 면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 기준으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으나 신작 흥행 부진 및 기존 게임 자연 감소로 전분기 대비 매출액은 7%, 영업이익은 66% 감소했다"면서 "인건비 및 마케팅비 감소로 영업적자를 모면했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부진이 지속되면서 회사에서도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하고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해왔다. 분사와 권고사직 등을 통해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고 비영업 자산에 대한 유동화 차원에서 삼성동 엔씨 타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10월1일부로 엔씨큐에이(QA)·엔씨아이디에스(IDS) 등 서비스 사업 부문과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을 맡는 2개의 분사 법인도 출범 예정이다.
게임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해 지분투자와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서브컬처 게임전문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에 370억원 규모 판권 및 지분 투자를 완료했고 스웨덴 슈팅게임 전문개발사 문로버게임즈에도 48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체질 개선 작업에 대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으나 인원 감축 결과까지 이어질 필요가 있다"면서 "투자를 통한 퍼블리싱 사업의 확대 및 장르 다각화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다만 중소 규모 투자를 통한 단기간의 리레이팅(재평가)은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엔씨소프트의 체질 개선 노력에도 시장의 평가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신작 흥행을 통한 매출 성장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7년 전 첫 모바일 게임 리니지M 출시 이전 수준으로 내려왔다"면서 "리니지M의 3분기 매출 반등세는 가시성이 높고 실적 우려를 포함한 모든 부정적인 센티멘트(투자심리)를 반영하고 있는 수준이지만 비중을 늘릴만한 포인트는 아직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작 흥행을 통한 유의미한 매출 성장만이 주가 흐름 반전을 나타낼 것이라는 기존 의견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기존 리니지 IP 게임들의 매출 등락과 실적 기여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작들의 출시로는 움직이기 힘들 것으로 판단돼 지루한 횡보구간이 예상된다"면서 "기대치를 뛰어넘는 신작 흥행의 성과가 가시화되거나 혹은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높은 2025년 신작들의 출시 일정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시장수익률(Marketperform)'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결국 엔씨소프트의 주가 반전을 위해서는 신작 흥행이 절실한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신작 스위칭 역할수행게임(RPG) '호연'을 오는 28일 한국·일본·대만에 출시한다. 또한 '쓰론앤리버티(TL)의 글로벌 서비스도 앞두고 있다. '블레이드앤소울2'의 중국 서비스, '리니지2M'의 동남아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프로젝트G'와 '아이온2'는 2025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출시하며 'LLL'은 2025년 4분기 출시가 목표다. 2026년 이후에는 글로벌 IP 기반 신규 다중접속역할수행(MMORPG) 게임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처럼 하반기부터 신작 출시가 이어질 예정이나 신작에 대한 기대감은 낮은 상황이다. 이지은 연구원은 "하반기 다수의 신작 출시가 예정돼 있으나 최근 신작 '배틀크러쉬'의 아쉬운 흥행 성과에 따라 하반기 신작들의 기대감 역시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냉정하게 최근 엔씨소프트 출시작들의 퀄리티나 성과는 과거 대한민국 시가총액 1위 게임사라는 타이틀에 부합하지 못했다"면서 "이에 맞춰 주가도 신저가 영역에 놓여있고 향후 엔씨소프트가 출시할 게임들에 대한 기대치도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기대는 낮지만 흥행에 성공할 경우 주가 강세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 연구원은 "현주가에 미래 신작에 대한 기대치가 거의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에 예상못한 히트는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동반할 수 있다"면서 "게임회사는 결국 게임으로 증명해야 한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실적까지 같이 증명해야 하는 어려운 구간"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는 28일 출시되는 호연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연은 60여 종의 캐릭터 중 5종의 캐릭터를 선택해 팀을 구성하는 RPG다. 앞서 지난 5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홍원준 엔씨소프트 CFO(최고재무책임자)는 "호연은 현재 최종 수정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일부 커뮤니티에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지만 실제 게임을 플레이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으로 형성된 부분이 있다. 좋은 서비스와 콘텐츠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시도인 호연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단번에 2025년 신작들에 대한 기대감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 "반대로 호연 또한 유저들의 혹평 속에 흥행에 실패한다면 미래 신작에 대한 기대감까지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만큼 호연의 성과는 하반기 이후 엔씨소프트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