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희기자
검찰이 ‘SM 시세조종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지 약 15개월 만에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신병을 확보했다. 법원이 대기업 총수인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도주 우려’를 사유로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구속영장 발부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서울남부지법의 구속영장 발부가 알려진 것은 23일 오전 1시10분께다. 22일 오후 2시께 이뤄진 영장실질심사는 약 3시간30분 만에 마쳤는데, 구속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7시간 넘게 걸렸다.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기소 이전 수사 단계에서의 사전구속영장 발부는 혐의에 대한 검찰의 기본적인 소명이 이뤄졌다는 판단으로 볼 수 있다. 한 부장판사는 얼굴이 알려진 대기업 총수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도주 우려’까지 있다고 봤다. 한 부장판사는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수사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판사다.
법원이 ‘도주 우려’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 17일 김 위원장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시세조종 공모와 관련된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시세조종과 관련해 ‘김 위원장의 컨펌(허락)을 받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위원장 측은 일관되게 혐의를 강력히 부인해 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확실한 물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완강히 부인할 경우 수사에 임하는 태도로 인해 도주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향후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피의자의 경우 이를 피하기 위한 도주 우려가 크다고 인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