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이기자
대학 등록금 동결이 16년째 계속되는 가운데 대학 재정을 계속해서 정부 지원으로 보전할 경우 투입되는 재정은 해마다 최소 수천억원에서 최대 1조원 이상인 것으로 분석됐다.
23일 국회예산정책처 '교육위원회 결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예정처는 "등록금 3% 인상분을 재정으로 보전할 경우(2022년 등록금 수입 기준) 3230억원이 소요되며, 5% 인상 시 5383억원, 7% 인상 시 7536억원, 10% 인상 시 1조765억원이 소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 지방소멸 위기 등으로 열악해진 대학의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정부가 대학에 재정 지원을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대학 지원을 위해 9조7000억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했다. 고특회계는 교육청에서 유·초·중등교육에 쓰던 교육세 일부를 대학에 떼어주는 것이다.
지난해 일반재정지원의 대학별 배분 현황을 살펴보면 대학에 투입되는 재정은 늘고 있다. 수도권 국립대 5곳은 전년대비 84.4% 증가한 395억2000만원, 수도권 사립대 51곳은 전년대비 66.0% 증가한 4392억1000만원이 지원됐다. 지역 국립대 31곳에는 전년대비 53.1% 증가한 4312억2000만원, 지역 사립대 66곳은 전년대비 139.5% 증가한 6294억6100만원이 투입됐다. 지원율은 지역 사립대가 가장 높았으며 지원액은 지역 국립대가 가장 높았다.
이는 등록금 인상 가능 범위보다 높은 수준의 지원폭이다. 지난해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는 법정 상한선(직전 3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은 4.05% 수준이었다. 정부는 2012년 이후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Ⅱ 유형(대학이 자체 기준으로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 지원금'을 지급해왔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상한선 안에서만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올해는 전년보다 1%대 늘어난 5.64%다.
그런데 예정처가 2022년 대학별 등록금 수입과 일반재정지원 증가액을 비교한 결과 수도권 국립대학은 15.9%, 수도권 사립대학은 3.1%, 지역 국립대학은 11.9%, 지역 사립대학은 9.6%였다. 수도권 사립대학을 제외하고 모두 법정 상한선보다 더 많은 비중의 지원이 이뤄진 셈이다.
대학들은 그간 정부에 등록금 인상 규제 완화를 요구해 왔다. 실제 정부 지원금을 포기하고서라도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들도 생겨나고 있다. 대교협의 지난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 193곳 중 26곳은 대학 등록금을 인상했다. 지난해에는 4년제 대학 중 17곳이 등록금을 올린 바 있다.
지난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에서도 총장들은 "고특 회계가 3년 한시제로 벌써 2년이 흘러가는데 후속 조치가 있느냐", "대학 혁신을 위해서는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직접적인 재정 부담을 높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분석 결과에 대해 예정처는 "등록금 인상 대신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대학 재정을 뒷받침하는 기조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등록금 현실화를 포함해 지속가능한 대학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