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자기 아들 휴대전화를 바로 찾아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사들을 비난한 한 학부모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교사들 왜 이렇게 불친절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지난달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과 누리꾼의 댓글을 다수 캡처한 사진 여러 장이 함께 게시됐다.
해당 글에서 공무원이라 밝힌 글쓴이 A씨는 "오늘 우리 아들이 학교에 휴대전화를 놓고 왔다고 하길래 담임한테 전화해 교실에 우리 아들 휴대전화 찾아달라고 했는데 (선생님이) 퇴근했다고 내일 아침에 찾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들은 휴대전화가 없어져 저녁 내내 우는데 학교 가서 잠깐 찾아주는 게 그렇게 어렵나?"라고 물었다. 그는 "나도 공무원이지만 민원인이 저녁에 연락해 와도 친절하게 응대하는데, 교사들은 기본 친절 마인드가 부족한 것 같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에 누리꾼은 "근무시간도 아닌데 왜 다시 가야 하나. 교사는 사람도 아닌가","선생님이 그걸 왜 해줘야 하나", "제발 그냥 어그로 끌기 위한 글이길" 등의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의 비판에 A씨는 댓글을 통해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니, 담임이 해결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우리 아들은 휴대전화를 해야 조용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실은 담임이 관리하니까 담임이 찾아야지, 아무것도 모르는 학부모가 찾는 것이 맞느냐. 경찰서에 물건 놓고 왔다고 민원인이 전화하면 사무실 들어가 알아서 찾으라고 하느냐"고 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주작 같지만, 진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 "애초에 정상적인 사고가 아닌 듯" 등의 댓글을 달았다.
앞서 지난 20일 오후 후 서초구 서울교대 종합운동장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새내기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서이초 사건' 추모 행사가 열렸다. 서이초 교사 1주기 당일인 지난 18일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추모 행사가 열린 데 이어 초등교사노조 주최로 열린 이 날 행사에도 동료 교사들이 자리해 저마다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들은 차례로 헌화하고 묵념하며 1년 전 세상을 떠난 서이초 교사의 명복을 빌었다.
지난해 7월 18일 서이초 신규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이후 교사들 사이에선 교권 보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은 서이초 사건이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불을 붙였지만,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어린 자녀와 함께 행사를 찾은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서모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시는 이런 선생님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방문했다"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서이초 사건 이후) 집회는 많이 나갔는데 뭐가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본인이 기분 나쁘면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는 사람은 많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