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참사 재현·장례식날 될 것' 이스라엘 선수단에 협박메시지[파리올림픽]

"이스라엘 선수들에게 이메일·전화 협박"
"AI봇으로 만든 가짜 조직"
중동전쟁 장기화로 보복 테러 우려는 지속

[이미지출처=UPI연합뉴스]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이스라엘 선수단이 이메일과 전화 등을 통해 협박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수 경호 문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의 조사 결과 선수들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조직은 인공지능(AI) 챗봇을 이용한 가짜 조직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중동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실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당국은 전투병력까지 동원해 대비에 나서고 있다.

"공항, 호텔 등 매 순간 공격을 기다려" 이스라엘 선수들 협박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인근서 경찰관이 흉기 공격을 당해 부상을 입은 가운데 경찰들이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이스라엘 선수단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기준 이메일과 전화 등으로 협박 메시지를 받은 선수는 15명에 달한다. '인민방위기구(the People’s Defense Organization)'라는 조직의 이름으로 보내진 해당 메시지에는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이스라엘 선수들이 테러를 당할 수 있다는 위협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인민방위기구는 해당 메시지에서 "만약 당신들이 파리올림픽에 참가하면 우리는 뮌헨 참사를 또다시 일으킬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시오니스트들이 계속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협한다면 그들의 운명도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과 똑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뮌헨 참사란 1972년 독일 뮌헨올림픽 기간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 집단인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촌에 난입해 인질로 잡았던 선수단 11명을 모두 학살했던 사건을 뜻한다.

해당 조직은 파리 곳곳에 이미 대원들이 파견돼 테러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협박성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인민방위기구는 "대원들은 이스라엘 선수들이 파리의 공항, 호텔에 도착하는 매 순간마다 공격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의 계획을 실행하는 것을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선수 중 일부는 오는 27일이 본인의 장례식이 될 것이란 문자까지 받았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이스라엘 당국 조사…"실체 없는 AI봇으로 만든 가짜조직"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당국은 즉각 조사에 들어갔지만 일단 과민대응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 올림픽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 문제를 분명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가볍게 여기진 않지만, 지나치게 흥분하지도 않는다"며 "이러한 위협이 실제로 일어날 우려는 지금 당장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유형의 협박이 일어날 가능성은 분명했고 그동안 선수들에게도 대응 방식 등을 지시하고 많은 회의를 가졌다"며 "이스라엘은 충분한 보안능력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이스라엘 보안당국도 협박 메시지를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메시지를 보낸 인민방위기구라는 조직은 정식으로 존재하는 테러 조직이 아니었고, 이들이 보낸 메시지도 AI 챗봇으로 만든 가짜 협박 메시지였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측은 파리올림픽 기간 내내 이러한 유형의 온라인상 협박 메시지나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이 계속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이어지고 있는 하마스와 교전이 장기화하고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자가 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반전 운동 조직들을 중심으로 이스라엘의 올림픽 출전권 박탈 요구가 나왔으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해당 징계에 반대했고, 국제축구연맹(FIFA)도 이스라엘 대표팀의 파리올림픽 출전 금지 문제에 대한 결정을 연기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선수단은 올림픽 경기에 모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테러 위협 지속…프랑스, 전투 병력까지 경호 동원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프랑스 당국은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테러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CNN에 따르면 파리 시내 곳곳에는 3만명 이상의 경찰과 헌병이, 2만명의 전투 병력과 2만2000여명의 사설 경호원이 배치될 예정이다. 중동분쟁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도 지속되는 상황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다양한 무장 조직들이 테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파리올림픽 자원봉사자들까지 신원조사를 다시 진행해 위험인물로 선별된 인원들의 자원봉사자 자격을 박탈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14일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올림픽과 국가안보에 위험을 가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거르기 위해 조사를 실시했다"며 "현재까지 77만건의 조사가 진행된 결과 위험인물에 올라간 3570명이 배제됐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총격사건 이후 경계심은 더욱 강화됐다. 선수단, 코치진, 취재진, 자원봉사자 등 100만명 이상의 파리올림픽 관계자들에 대한 심사도 더욱 정교해졌다. 테러 위험이 특히 높은 역사 문화유적이 밀집한 센강 인근에서는 지역 거주자나 방문자 모두 출입 권한이 있음을 증명하는 보안 코드를 제시해야 출입이 허용된다.

기획취재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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