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토크] AI에 쏟아부은 수 십조원…회수하는 날 올까?

AI에 수십조원 지출한 빅테크
정작 AI 상품 실적은 시원찮아
자칫 '세 번째 겨울' 올 우려도

지금껏 전 세계 빅테크들은 인공지능(AI) 개발에 수십조원을 투자해 왔습니다. 대부분은 신규 AI 모델 개발을 위한 전문 인력 확보,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데이터센터 공사 등에 지출됐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근본적인 질문'이 업계를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과연 지금껏 쏟아부은 수십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냐는 겁니다. 특히 앞서 공개된 AI 비즈니스의 실적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점에서 근심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만 돈 버는 작금의 AI 붐

엔비디아 로고.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를 비롯한 미국계 빅테크는 물론 텐센트 등 중국 IT 기업들마저 GPU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신규 데이터센터 때문에 전력 수요는 폭등하고 있고, IT 업계 일각에선 십수년 내에 AI 관련 투자액이 1조달러(약 138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AI 투자 붐의 열기는 실제 AI 훈련, 추론 작업을 위한 칩을 제공하는 반도체 제조사들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AI 수혜주 엔비디아는 분기마다 거의 2배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고속 메모리 칩인 HBM을 제공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출이 커질수록 리스크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특정한 기술에 1조달러를 퍼부었다면, 그 기술이 창출할 상품과 서비스는 1조달러 이상의 가치를 환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혹독한 조정이 찾아오겠지요. AI 붐에 올라탄 기업들은 물론이고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1조달러 쓸 예정인데…생성 AI가 쓸모없는 것이었다면?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아키텍처 '블랙웰'. [이미지출처=엔비디아]

지난달 말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런 우려를 총망라한 새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보고서 내용의 핵심은 AI의 투자 이익(Return on AI)이 과거 전망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골드만삭스가 우려하는 건 최신 AI 붐을 이끈 장본인인 '생성형 AI'입니다. 처음 챗GPT 등 생성형 AI 제품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땐 많은 사람이 서비스, 정보 검색 등 분야에서 혁신이 촉발될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어쩌면 생성형 AI의 혜택은 과대추정된 걸 수도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그 증거 중 하나로 구글 사례를 소개합니다. 구글은 자사 검색 서비스에 생성형 AI를 접목하려 했지만, 테스트 중 AI 모델이 '환각 증상'을 일으켜 의도한 것과는 다른 결과를 내놓기 시작하자 결국 포기했습니다. 전문 지식을 훈련한 챗봇을 법률, 의료 등 다양한 전문 산업군에 도입해 보려는 시도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유의미한 반향을 일으킨 제품은 하나도 없습니다.

생성형 AI가 과대포장됐다는 의문은 학계에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SF 작가이자 컴퓨터 공학 전문가이기도 한 테드 창은 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사람과디지털포럼'에 참석해 "AI가 인간의 지능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오히려 섣부른 AI 적용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테드 창은 작금의 AI 붐이 "근본적으로 경영진이 인건비를 줄일 방안으로 AI를 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서비스 품질과 회사 평판이 나빠져도 그보다 투자자들만 신경 쓰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미 두 번이나 견뎌낸 겨울, 이번에는 다를까

마빈 민스키 MIT 명예교수의 생전 모습. 의사결정 자동화 기계 '퍼셉트론'의 한계를 밝힌 장본인이지만, 동시에 훗날 인공지능 연구의 기반을 닦은 학자이기도 하다. [이미지출처=MIT]

무엇보다도 AI가 과도한 기대감을 못 이기고 스스로 붕괴한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미 인류는 20세기 중반부터 지금까지 두 번이나 일명 'AI 겨울'을 경험했습니다. 설익은 컴퓨터 기술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금이 몰렸다가, 나중에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자 자금이 급격히 빠지면서 추운 세월을 버텨야 했습니다.

첫 번째 AI 겨울은 1950년대로, 당시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 신경 세포를 복제해 사람의 지능과 유사한 기계를 모방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초기 자금 투자 이후 10년간 연구는 아무 진전도 보이지 못했고, 결국 뇌 관련 연구는 이후 수십년간 동결됐습니다.

1980년대엔 두 번째 AI 겨울이 나타났습니다. 이때는 발달한 컴퓨터 장비를 이용해 인간의 의사 결정을 기계로 재현하는 일명 '퍼셉트론' 프로젝트를 연구했습니다. 당시에도 천문학적인 공공·민간 자금이 몰려갔지만, 1984년 마빈 민스키 MIT 교수가 퍼셉트론 신경망의 근본적 결함을 증명해내면서 다시 긴 침체기가 시작됐지요.

보통 시장에서 자본이 과도하게 몰렸다가 빠지는 과정을 '붐-버스트 사이클'이라고 합니다. 붐 당시 증시 등 자본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과열될수록, 버스트 때의 침체는 더욱 깊고 날카로워집니다.

비록 당장은 쓸모없더라도 기술과 과학 발전에 이바지할 제품을 연구하는 많은 혁신 기업들이 버스트의 순간에 전부 쓸려나가기도 합니다. 지금의 AI 붐을 '세 번째 겨울'로 만들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이슈&트렌드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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