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깜빡이 켠 한은 '적절한 시기 방향전환 준비'(종합)

이창용 한은 총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
금리인하 포워드 가이던스 금통위원 2인으로 증가
환율, 가계부채 등이 금리인하 변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가계부채와 외환시장 변동성 등은 금리인하를 지연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1일 오전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월에는 깜빡이를 켠 상황 아니라 금리 인하 준비를 위해 차선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상태였다"며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금리를 동결한 이후 공개한 통방문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들 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간담회에서 "금통위원 2인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지난 5월에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의견이 1인이었는데 이달에는 2인으로 증가했다.

이 총재는 "2명은 물가상승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4명은 인플레이션 안정에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금리 인하 기대가 외환시장, 주택가격, 가계부채 등을 통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점검하고 확인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는 최근 2% 중반대로 내려온 소비자물가상승률 추이에 대해 "긍정적 변화이고 예상했던 바와 부합하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물가 상승률이 예상대로 내려오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그는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다"며 "방향 전환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도권 부동산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이 총재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문제가 지난 5월보다 심각해졌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계부채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든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통위원들이 모두 공감했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너무 앞서서 반영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현재 시장에 형성된 금리인하 기대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금융부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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