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포즈 제로슈가음료 먹고 복통·설사'…'0칼로리 신드롬'의 함정[맛잘알X파일]

컴포즈커피 제로슈가 음료3종 조기 판매 종료
롯데 죠크박 0kcal에도 '주의' 표기
당알콜 과다 섭취 시 복통 유발

편집자주[맛잘알 X파일]은 먹거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칩니다.

10여년 전 다이어트에 빠져 있던 대학 동기가 배탈로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배고플 때마다 그 당시 유행하던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의 '애니타임'을 까먹은 게 문제였습니다. 애니타임에는 설탕 대신 자일리톨이 들어있었는데요. 알고보니 자일리톨을 과도하게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난다더군요.

컴포즈커피 제로슈가 음료 3종

잊고 지냈던 오래된 기억이 최근 제로 음료를 돌연 단종시킨 컴포즈커피 덕에 되살아났습니다. 컴포즈커피는 지난달 28일 여름 시즌 한정 메뉴로 출시한 제로 음료 3종 ▲제로슈가 복숭아 아이스티 ▲제로슈가 캐모마일 리프레시 ▲제로슈가 청포도 그린티의 판매를 조기 종료했습니다. 6월20일부터 판매를 시작했으니 출시 8일 만에 단종한 것이네요. 컴포즈커피는 가맹점에서 구비한 재고를 모두 소진하면 키오스크의 판매 버튼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단종 이유는 일부 소비자의 '복통 호소'에 있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 등에서 컴포즈 커피의 제로 아이스티를 마시고 복통과 설사를 경험했다는 후기가 잇따르자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거죠. 지금은 컴포즈커피 공식 홈페이지 메뉴에서도 제로 음료 3종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컴포즈 커피는 제조사를 통해 성분을 확인한 결과 이상은 없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입니다.

잇따른 배탈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바로 섭취한 제품에 모두 '당알콜'이 들어갔다는 점입니다. 식품첨가물인 당알콜은 청량한 단맛을 내는 감미료입니다. 이름과는 다르게 알코올이 들어있지는 않아요. 그 종류는 여러가지인데요. 애니타임에 들어간 자일리톨도 당알콜이고, 컴포즈커피 제로음료 3종에 들어간 에리스톨도 당알콜에 속한답니다. 이외에도 락티톨, 만니톨, 말티톨, 소비톨, 이소말트, 폴리글리시톨시럽 등이 당알콜에 해당합니다.

당알콜은 설탕보다 당도가 낮고 열량도 적은 데다 흡습성이 높아서 생각보다 여러군데서 쓰입니다. 과자, 소주, 간장, 초콜릿, 껌, 캔디, 아이스크림, 음료…. 빵이나 냉동식품 등을 건조하게 유지하려는 목적으로도 사용되지요. 사실 여러군데 쓰이는 성분인 만큼 당알콜 자체에 문제가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알콜이 주원료인 제품에는 원재료 표시사항에 당알콜의 종류와 함량을 꼭 명시해야 한답니다.

성인의 경우 하루 당알콜 섭취량은 30g~50g 범위로 제한하고 있어요. 하지만 민감한 장을 가진 소비자라면 안전한 섭취 범위는 더 낮아지겠죠. 컴포즈 커피 제로음료 3종의 성분표를 한번 볼까요. 제로슈가 복숭아 아이스티에 에리스톨 12.86g, 제로슈가 캐모마일 리프레셔에 9.25g, 제로슈가 청포도 그린티에 7.43g이 들었네요. 특히 아이스티를 마시고 복통을 호소한 소비자가 많았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복통 이슈가 제로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까봐 식품업계도 노심초사한 모습입니다. 제로 식품 유행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 중 하나가 바로 롯데웰푸드인데요. 지난 4월 출시된 죠스바·스크류바 0kcal는 한 달 만에 720만 개가 팔린 데 이어 3개월 만에 2000만개 돌파를 앞두고 있지요. 롯데웰푸드는 최근에 수박바 0kcal까지 출시했는데, 이전과 다르게 이 문구를 새겼습니다. '과다 섭취시 복통·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죠스바·스크류바 0kcal에는 없던 문구입니다. 죠·크·박 0kcal의 경우 당알콜이 아닌 알룰로스를 대체당으로 사용했기에 이 문구가 의무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달 중순부터 생산하는 죠스바·스크류바 0kcal에도 이 문구를 똑같이 넣는다고 하네요. 최근 제로 제품을 먹고 복통을 호소하는 소비자 사례가 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세상에 달달한 0kcal가 있다니. 처음 제로 음료와 빙과가 나왔을 때는 정말 세상 좋아졌다고 생각했지요. 특히 다이어터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소비자라면 쾌재를 불렀을 겁니다. 하지만 제로가 만사형통은 아니라는 것. 최근 복통 논란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네요. 자신의 장 상태를 고려해 당알콜 함량을 꼼꼼히 따져보고 제품을 구매하길 권해드립니다.

유통경제부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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