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8개월 넘게 전쟁을 지속해오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이 잡음 끝에 해체된 가운데 조기 총선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는 물론 초정통파 유대교도들의 징병 반대 시위까지 빗발치면서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예루살렘에선 초정통파 유대교 수만 명이 대법원의 징집 판결에 반발하는 폭력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다. 검은색 챙모자와 상·하의를 입은 채 거리를 점령한 시위대는 고위 공무원의 차량을 향해 돌을 던졌고, 경찰은 물대포로 대응했다고 현지 경찰은 전했다.
이스라엘 내 대다수의 유대인은 성별에 관계없이 군 복무가 의무적으로 부여된다. 다만 초정통파 정당들은 강력한 정치적 입김을 바탕으로 교도들의 군 복무를 면제하는 대신 신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왔다. 지난 25일 대법원이 초정통파 신도들도 징집 대상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하자 이에 반발 시위가 터져 나온 것이다. '하레디'로 불리는 초정통파 유대교도는 현재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12%가량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징병 대상자는 대략 6만7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징집 반대 시위 전날에는 수도 텔아비브를 비롯한 이스라엘 도시 곳곳에서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송환 및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네타냐후 총리가 연립정부 내 극우파의 눈치를 보면서 중재국을 통한 인질 석방 합의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퇴역 장군은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터널에 있는 인질들이 고문·살해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의 전시내각이 내홍 끝에 해체된 가운데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을 한층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연립정부를 꾸린 샤스당과 토라유대주의연합(UTJ) 등 초정통파 정당들은 교도들에 대한 병역 면제 혜택이 종결되면 연정을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도 "(네타냐후) 연립 정부 지지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어느 하나의 정당이라도 탈퇴하면 연정은 무너지고 새 선거를 치르게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주요 외신에선 지난해 10월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래 미국이 이스라엘에 인도한 항공 폭탄과 정밀폭격용 미사일이 3만발에 육박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2000파운드(약 907㎏)급 대형 항공 폭탄인 MK84 최소 1만4000발을 비롯해 헬파이어 공대지 유도 미사일은 3000발, 벙커버스터 폭탄 1000발 등을 이스라엘에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