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미래]조병수 건축가 '용산 개발, 녹지와의 연결을 고려해야'

아시아경제 서울의미래 포럼-용산의 미래 강연
조병수 건축가(조병수건축연구소 대표)
"100년 전 선조들도 도시의 자연 중시"
융통성 있는 개발 위해 건폐율 등 규제 완화 필요

<i>"용산 개발에 있어서 중요한 건 경관에 대한 고려다."</i>

조병수 건축가(조병수건축연구소 대표)는 26일 '용산의 미래'를 주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아시아경제가 주최한 '2024 서울의 미래 포럼' 강연에서 "어떻게 자연 지형을 살려가면서 도시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을 해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용산 개발과 서울 그린 네트워크'를 주제로 발표했다. 조 건축가는 "강북에서 반포대교를 건너서 출근을 하는데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보면 자연 경관을 다 막고 서 있다"며 "어느 한 부분이라도 뚫려 있었다면 어땠을까, 도시를 설계할 때 그런 부분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으면 좋았겠다 싶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조병수 조병수건축연구소 대표가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 서울의 미래 포럼 용산의 미래’에 참석해 ‘용산 개발과 서울 그린 네트워크’란 주제로 강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았던 조 건축가는 당시 발표했던 서울의 '100년 마스터플랜'을 언급했다. 서울 그린 네트워크의 핵심은 한강을 비롯해 서울 도심 곳곳을 잇는 녹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는 용산을 포함한 서울 전역이 지난 100년간 하나의 길과 축으로 연결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건축가는 "선조들이 1700~1800년대에 그린 그림을 보아도 도시에 대한 관심이 산이나 강에서부터 출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산업 시설이 있으면서도 녹지로 연결될 가능성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시 개발에서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점은 '얼마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지'라고 강조했다. 현재 용산 국제업무지구 조성, 노들섬 개발 등 다양한 개발을 앞둔 용산에서도 녹지와의 연결, 경관과 생태에 대한 고려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철도를 지하화하고, 지상 공간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도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섬세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플랫폼을 위로 띄워서 보행로나 건축물을 만드는 방식은 1960~1970년대 미국에서 많이 추진됐었다"며 "우리나라의 세운상가도 이러한 방식으로 지어졌지만 막상 지어놓고 보니 사람들이 위로 잘 다니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론적으로는 얼마든지 건설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만들 때 편안하게 느껴지고 실제 땅처럼 느끼게 만들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조병수 조병수건축연구소 대표가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 서울의 미래 포럼 용산의 미래’에 참석해 ‘용산 개발과 서울 그린 네트워크’란 주제로 강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그는 더 나은 개발을 위해선 용적률, 건폐율 완화와 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건축가는 "정해진 용적률과 건폐율을 벗어나 산의 모양과 땅의 지형에 따라 건축을 유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설계자의 입장에서는 보다 융통성 있게 적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거나 규제를 완화해준다면 주변 지역과 상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건축가는 미국 몬태나주립대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건축학 및 도시설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조병수건축연구소를 개소한 이후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세계 선도적 건축가 11인, 미국 건축가협회 최고상 등 국내외로 이름을 날렸다.

사회부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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