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미국대사 “반미감정 조장하는 中, 자국민 대사관 행사 참석도 방해”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가 중국 당국이 자국민의 미 대사관 행사 참석을 방해하고 참석한 이들을 대상으로 심문에 나서는 등 현지에서 반미 감정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미국대사의 어조가 이례적으로 강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번스 대사는 25일(현지시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중국)은 양국 국민들을 다시 연결하는 데 찬성한다고 말하면서도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극적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11월 이래 중국 당국이 중국 시민들에게 가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하거나, 참석한 시민들을 위협한 주중 미국대사관 주최 공공 행사는 61건으로 파악됐다. 특히 대사관이 주최한 정신 건강 전문가 대담, 여성 기업가 정신 관련 패널 토론, 다큐멘터리 상영, 문화 공연 등에 참석한 몇몇 중국인은 당국자들로부터 심문을 받았다. 때때로 이런 심문은 늦은 밤 자택에서 이뤄지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번스 대사는 중국 정부가 중국 학생들의 미국 대학 진학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중국 전역의 대학 박람회에 통상 미국 외교관이 참석해 대학 홍보에 나서지만, 이러한 참석 초청 자체를 취소시켰다고 설명했다. 지난 2년간 미국이 비용을 지원하는 교환 프로그램에 선정된 수십명은 당국, 학교, 고용주의 압박을 이유로 참석을 취소했다. 이는 전체 참가자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앞서 미 대사관이 주최한 한 콘서트에서는 공연 당일 사전고지조차 없이 전기가 차단되기도 했다.

번스 대사는 "이는 일시적인 게 아니라, 일상적인 일"이라며 "대부분의 공개행사에서 확인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심각한 침해행위"라며 "중국이 재고하길 희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번스 대사는 비자를 받아 미국을 찾는 중국인들이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중국 당국의 불만에 대해서는 "학생비자 소지자 99% 이상이 무사히 입국 중"이라고 일축했다. 지난해 미국이 중국인을 대상으로 발급한 신규 학생비자는 10만5000건으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대 규모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그는 중국 정부가 지난 3년간 주중 미국대사관의 중국인 직원 채용을 허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부분이 해결될 경우 더 많은 비자 발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인들의 미국 비자 요청이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음에도, 반미주의 확산과 싸우고 있다"면서 이는 부분적으로 중국 관리들에 의해 부추겨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번스 대사는 대사관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접근하고자 시도하고 있으나, 당국의 검열 등으로 인해 대응이 어렵다고도 토로했다. 야생동물보호 논의 등 상대적으로 논쟁 여지가 적은 게시물에 대해서도 링크와 댓글이 가로막혀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중국 당국에 여러 차례 이의를 제기했다면서 "셀 수 없이 많은 대화를 나눴으나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고 해결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중국 북동부 지린성의 한 공원에서 한 중국인 남성이 미국인 대학강사 등 외국인 4명을 피습한 것과 관련해서도 "가해자의 동기 등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받지 못했다"며 반미 감정에 우려를 표했다. 중국 당국은 사건 직후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으나 추가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사관은 피해자 모두 부상에서 회복 중이며 이들 가운데 3명이 미국 시민이라고 확인했다.

WSJ는 중국의 행보를 비판하는 번스 대사의 어조가 이례적으로 강경했다면서 이러한 발언들은 미 관리들 사이에서 양국 관계 개선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진정성을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2022년 4월 주중 대사로 부임한 번스 대사는 국무부 대변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대사, 국무부 차관 등을 거친 베테랑 직업 외교관이다.

국제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